인권탄압등 과거의 잘못된 경영형태 지속땐<br>원주민들 계몽으로 끝없는 대립·소송 불러<br>원유 개발과정 환경보호 적극적으로 나서야
| 최근 아마존 밀림 등지서 원주민들의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으로 국제 석유메이저들은 기존 개발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할 처지가 되고 있다. 지난 15일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아마존 정글 원주민 대표들이 페루 정부 인사들과 만나 원유개발로 위한 산림 훼손 등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거주권을 침해당했다며 항의하고 있다. 리마=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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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곳곳에서 석유 메이저들의 원유 채굴이 지속되면서 환경오염으로 인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원주민들로부터 거액의 소송을 당하기도 하고 실제로 손해배상금을 지불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나아가 이와 관련해 해당국들의 정치권까지 나서 대립하는 등 국제적인 문제로 비화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외신들은 최근 이 같은 사건을 보도하면서 이제 다국적 석유회사들이 그 동안 아프리카 정글이나 아무존의 밀림에서 개발도상국에 가해 왔던 잘못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때가 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 16년에 걸친 소송 = 뉴욕타임즈(NYT)는 지난 13일 최근 남아메리카 에콰도르 원주민들이 미국 석유회사 셰브론을 상대로 270억달러의 손해배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금까지 지구촌 석유탐사로 인해 석유회사가 제기당한 환경오염 관련 소송 가운데 가장 큰 것이다.
당초 이 사건은 또 다른 미국계 석유회사 텍사코에 대해 지난 16년간 미국 법정에서 진행돼 온 소송이었으나 지리한 법정 공방 끝에 소송이 기각당하자 원주민들이 사건을 에콰도르 법정으로 가져왔다. 원주민들은 지난 1993년 "텍사코가 환경을 오염시켜서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사람들이 질병을 앓고 있다"며 미국 법정에 소송을 제기했었다.
미국계 석유회사인 텍사코는 지난 1969년부터 23년간 페트로에콰도르(에콰도르의 국영 석유회사)와 합작으로 에콰도르 북부 라고 아그리오 지역의 아마존 밀림에서 원유를 생산해 왔다. 텍사코는 1992년 에콰도르에서 사업을 철수했으며 사업시설은 이후 2001년 셰브론에 인수됐다.
아마존 정글의 인디오 원주민들은 텍사코가 사업을 철수하면서 그동안 운영했던 총 916개의 석유 채굴장을 예전 상태로 복구시키지 않고 각종 시설물 및 원유 찌꺼기 등을 방치해 뒀다고 주장했다.
또 텍사코가 석유 시출 과정에서 배출되는 부산물(염분이 포함된 물)을 185억갤런이나 땅속 깊이 묻어 처리해야 하는 규정을 지키지 않고 인근 수로에 마구 버려 수질 오염을 심화시켰다고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텍사코는 그동안 발생한 수많은 기름 유출 사고를 은폐, 사고 지역을 복구하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원주민들이 암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환경 과학자 더글러스 벨트만은 검은 원유로 오염된 진흙을 만지며 "이 지역의 환경 오염은 90년대 걸프전쟁 당시 이라크가 쿠웨이트의 유전을 파괴했을 때의 오염에 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끝이 보이지 않는 대립 = 셰브론은 이번 소송에 대해 더 이상 책임이 없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셰브론은 환경오염의 직접 원인인 석유 방출 등과는 무관하고 지난 1995년 텍사코가 에콰도르 정부와 환경 개선 협약을 맺고 4,000만달러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텍사코는 이를 통해 그동안 운영했던 석유 채굴장들의 37.5%를 복구하는 작업을 지원, 이와 관련된 책임에서 벗어났다고도 주장한다. 또 아직 복구가 이뤄지지 않은 채굴장들에 대해선 이 지역에서 계속 석유 채굴작업을 하고 있는 페트로에콰도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주민들은 '책임을 다 했다'는 셰브론의 입장에 대해 "결코 충분하지 않다"며 맞서고 있다. 원주민들의 변호를 맡은 스티븐 돈지거는"이 소송은 골리앗과 세금 낼 돈도 없는 사람들 간의 싸움" 이라며 "텍사코가 사업을 철수한지 17년이 지났지만 그 피해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셰브론은 이에 더욱 강경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미키 캔토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클린턴 행정부 시절 맥 맥라티 비서실장 등 거물급 인사를 로비스트로 고용해 오바마 행정부가 에콰도르에 적용하고 있는 안데안 특혜관세법(ATPDEA)을 폐지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페루, 콜롬비아, 에콰도르 등 안데안 국가들의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무역특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미 행정부에 대한 셰브론의 로비는 에콰도르 정부가 소송을 취하하고 타협에 나서도록 압박하려는 의도다. 캔토 전 USTR 대표는 "우리는 이 사건을 적절한 방식으로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으로서는 원주민들의 승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사건이 여기서 종료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현재 셰브론은 소송에서 패하면 즉시 항소할 태세이며 필요하다면 국제사회를 통한 중재 방안도 강구 중이다.
또 그간 원주민들을 지지해왔던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는 남미의 대표적인 좌파 지도자이나 미국으로부터 압박을 받게 되면 양상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 석유 메이저들의 행태는 여전 =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8일 다국적 석유회사 로열더치셸은 1995년 당시 나이지리아 군사정권이 원주민 환경운동가인 켄 사로-위와 등 6명을 처형한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혐의를 일부 인정하고 1,550만달러(200억원)의 배상금을 피해자 유족들에게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로열더치셀이 나이지리아에서의 환경오염과 인권탄압 행위 등에 일부 책임을 인정한 것이지만 이는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에 굴복한 것일 뿐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엑손모빌은 인도네시아 아체 지방의 원주민들을 납치, 고문 및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아 지난 2006년 제소당한 상태다. 원주민들은 인도네시아 정부와 결탁한 엑손모빌이 정부군의 원주민 탄압을 지원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엑손 모빌은 "어떠한 인권 탄압에도 가담한 적이 없다"며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앞으로 다국적 석유회사들이 향후 환경보호 및 인권존중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예전의 악행을 문제삼은 지역 주민들의 잇따른 송사로 사업을 지속하는데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 석유회사들을 감시하는 환경단체인 '오일체인지인터내셔널(OCI)'에서 활동하는 스티브 크레츠만은 "석유회사들은 15년전이나 지금이나 사업을 운영하는 방식에 큰 변화가 없이 여전히 물과 농지를 오염시키고 있다"면서 "그러나 원주민들이 계몽되면서 이 같은 사업방식을 더 이상 지속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