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은행 수수료 대부분 원가에 크게 못미친다"

수수료 수술위해 실태조사 의뢰불구 기존 '인하권고' 입장과 배치된 결과<br>금감원 용역 연구결과에 곤혹…시중은행들 인상 경쟁 불지필 가능성


금융감독기관이 은행 수수료가 과다하다며 수술의 칼을 대기 위해 연구용역기관에 은행 수수료 실태조사를 의뢰했으나, 그 기관에서 은행 수수료 대부분이 원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내 곤경에 처하게 됐다. 금융감독당국이 은행 수수료가 과다하다고 주장하며 인하를 권고?왔던 것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저간의 금융감독기관의 지도에서 벗어나 수수료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 경영연구소 안태식 교수는 1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금융감독원이 주최한 ‘은행 수수료 원가 산정 표준안에 관한 세미나’에서 자동화기기, 인터넷뱅킹, 폰뱅킹 타행계좌이체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수수료가 원가에 크게 못미친다고 발표했다. 안 교수는 조흥, 우리, 국민, 신한, 하나, 부산은행 등 6개 은행의 지난해 수수료 원가 자료를 갖고 표준원가를 산정해 작년 12월말 현재 받고 있는 평균 수수료와 비교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부 수수료는 원가의 10%수준에도 미달했으며 대다수 수수료 역시 원가 이하에 분포하고 자동화기기, 인터넷뱅킹, 폰뱅킹 타행계좌이체 수수료 정도만 원가에 근접했다. 금융감독당국은 지난해 하반기에 은행들이 일제히 수수료를 인상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국정감사에서 의원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자 은행들을 대상으로 수수료 인하를 권고해왔다. 문제는 이번 연구는 금융감독원이 용역한 것인데다 기존 금융감독당국의 입장과 배치된다는데 있다. 연구결과는 수수료 인하 권고보다는 오히려 수수료 인상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러 차례에 걸쳐 수수료가 원가에 못미친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여론과 의회에 밀려 제대로 수수료 인사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양성용 은행감독국장은 “은행들이 수수료를 산정할 때 고객 유치와 경영전략, 다른 은행과의 경쟁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수수료를 인상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번에 제시된 원가 산정 표준안을 각 은행에 제공해 합리적인 방식으로 수수료를 책정하는 자료로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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