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벌경영으로 일군 세계 초일류"
레고社의 성장과정을 담은 책 출간
'3대째를 이어오는 가족경영, 그러나 단 한 번의 경영분쟁도 없었다. 그리고 그에 힘입어 오직 블록 장난감 하나로 전세계 완구업계를 석권했다.'
70여년 전 덴마크의 작은 시골 목공소에서 시작해 전세계 33개국에 50여개 자회사와 1만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세계적인 장난감 회사로 성장한 레고사(社)의 성공비결은 이렇게 요약된다.
족벌경영 일색이다시피 한 우리 기업문화에 비추어 볼 때 일단 귀가 솔깃해지는 이야기다.
그러나 결국은 가슴이 답답해지고 만다. 왜냐하면 "아버지가 이루어내면, 아들은 유지하고, 손자는 망가뜨린다"는 말이 통념처럼 자리잡은 게 우리 재벌가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도서출판 미래의창이 펴낸 '레고 스토리'(마그렛 울레 지음ㆍ배인섭 옮김)는 단 2대간의 경영에도 다툼이 끊이지 않는 우리나라의 재벌기업들과는 달리 3대간에 걸친 튼튼한 가족경영으로 덴마크의 대표적인 다국적 기업을 일군 레고사의 성장과정을 담고 있다.
1930년대 중반 올레 크리스티안센이라는 사람이 목공소를 차렸다. 그러나 때마침 불어닥친 경제공황으로 영업이 영 신통치 않았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자투리 나무 조각으로 인형 집을 위한 미니 사다리와 다리미판을 만드는 일. 그것이 레고 신화의 태동이었다.
처음부터 레고가 순탄하게 굴러간 것은 아니었다. 계속되는 불황 탓에 목공소는 문닫을 위기에 처했다. 이 때 목공소를 수렁에서 건진 것은 나무 원반에 줄을 매단 요요라는 장난감이었다.
당시 요요는 대단한 선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요요의 유행도 잠시뿐, 사람들의 관심이 시들해지면서 레고는 다시 곤경에 빠진다.
그러나 이에 굴할 올레가 아니었다. 그는 요요를 반으로 쪼개 장난감 트럭의 바퀴로 둔갑시키는 기지를 발휘해 비틀거리는 레고를 곧추세웠다. 이처럼 레고는 도전과 응전을 거듭하면서 탄탄한 기반을 닦아나갔다.
레고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올레의 아들 고드프레드가 회사를 이어받은 후의 일로, 고드프레드는 1958년 요철 8개를 결합시키는 간단한 연결법으로 특허를 따냈다.
올레의 아들은 아버지가 일으킨 기업을 단순히 유지하는데 그치지 않고 더욱 강하고 크게 키워냈다.
현재 올레의 손자 켈이 이끌어가고 있는 레고는 디지털시대를 선도하고 있다. 집을 짓고, 오토바이나 인물들을 조립하는 것에 머물렀던 레고 블록은 제3세대를 맞아 디지털기술이 불어넣은 생명을 얻었다.
예컨대 레고 블록으로 로보트를 조립해 간단한 심부름을 시킬수 있는가 하면, 어린이들이 구미에 맞게 프로그램을 입력해 각종 모형을 작동할수도 있다.
현재 레고의 품목은 600여종에 이르고, 레고 닥터 세트의 부품은 2,000여 개를 헤아리고, 지금까지 팔려나간 블록만도 1,890억개에 달한다.
70여년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면서도 변하지 않은 것은 레고가 100% 가족기업이라는 점. 물러날 때를 잘 알고, 이를 실천한 레고의 3대 경영진은 "아버지가 이루어 내면, 아들은 유지하고, 손자는 망가뜨린다"는 우리 재벌가의 통설을 뒤집어, 아버지가 이룬 기업을 아들이 키우고, 손자가 더욱 번창케 했다.
문성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