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대중씨 대통령 당선·사상 첫 야당 집권… 재계 변화는

◎대정부 창구 재구축·관계정립에 고심김대중 국민회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50년 헌정사상 최총의 야당집권이며 정권교체다. 정치권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재계의 입장에서 야당의 집권은 적잖은 당혹감을 안겨주고 있는게 사실이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최근 해방이후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두가지 큰 변화를 앞에 놓고 고민하고 있다. 하나는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이며 다른 하나는 야당의 집권이다』는 기업관계자의 말은 재계의 심경을 잘 담고 있다. 그래서 재계에서는 경영구조는 물론 체질, 의식 등 경영전반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새 대통령,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나타나게될 재계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전망해본다.<편집자 주> ◇재계창구가 변한다=재계는 사상 최초의 야당후보 대통령당선으로 대정부 및 정치권과의 창구를 재구축하는데 적잖이 고심하고 있다. 이는 전경련 등 경제단체와 대기업들이 「이런저런」이유로 정부·여당과의 채널은 다수 구축돼있으나 야당과는 상대적으로 접촉채널이 약하기 때문. 기존 정치권 접촉인사들은 기존 권력층의 기반인 영남출신들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새정부에서는 이것이 달라질 것으로 보여 재계의 고심은 더욱 크다. 삼성·현대·LG·대우·선경 등 주요그룹들이 김대중후보 당선을 계기로 DJ­JP(김종필자민련명예총재)­TJ(박태준자민련총재)와 통하는 인사를 전진배치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DJ대통령 만들기」에서 큰 역할을 한 박태준총재의 인맥도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포철신화의 주인공인 박총재는 정주영현대그룹명예회장, 구자경LG그룹명예회장 등 재계 원로들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따라 앞으로 정부와 재계를 잇는 막후역할은 「2세중심」에서 원로급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전경련회장단의 향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와함께 새정부에서 「리더그룹」의 변화도 주목거리. 재계의 한 관계자는 『문민정부에서 S그룹이 맡아온 재계리더의 역할은 크게 후퇴하고 H·D그룹이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룹별 기대치 크게 다르다=대선결과는 그룹들의 표정도 크게 바꿀 수밖에 없다. 지난 대선때의 「2H2L」(김영삼대통령과 특별한 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지적된 4개그룹)과 같은 지적이 나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그룹들의 기대치가 모두 같다는 뜻은 아니다. 우선 기대가 높은 곳은 기아·한나·진로·대농·쌍방울 등 「부도그룹」들이다. 새정부의 부실기업 처리향방에 따라 그룹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아 관계자들은 『김당선자가 소하리공장을 방문했을 때 인위적인 제3자 인수는 반대했다』며 높은 기대를 표시하고 있다. 한라그룹도 한라중공업(전남 영암), 한라펄프제지(대불공단) 등 주력공장이 호남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지금과는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쌍방울도 지역내 경제비중이 커 어떤 형태로든 조기정상화 방안을 찾을 것이란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해외경영에 역점을 두고 있는 대우의 기대도 크다. 김당선자가 재벌그룹들에 대해 세계화를 강조하면서 이에 대한 규제를 풀겠다고 했으며 대우는 세계경영으로 이를 선도해왔기 때문. 한편 이런 저런 사정으로 김당선자와 「불편한 관계」로 지적돼온 일부그룹들은 『잘못 알려진 점이 많다』며 자신들의 「결백」을 주장하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형사업은 어떻게 되나=김당선자는 대선토론회 등에서 『모든 기업이 사업확장에서 자기자본을 충분히 갖고 시작하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정부가 나서서 이리저리 선을 긋지 않겠다는 것. 문민정부들어 제철사업의 참여추진 때 마다 제지를 받아온 현대는 김당선자가 『현대의 제철사업에 반대하지 않는다』(방송기자클럽 토론회)는 말에 고무, 이 사업의 추진에 나섰다. 하지만 박태준자민련총재가 철강산업에 대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시각이 크게 반영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부정적 시각도 있다. 동아의 기대는 크다. 동아는 공식입장을 통해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인천지역 대선공약의 주요사항으로 동아건설 매립지를 용도변경해 관광, 물류 , 교육단지 등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혀 그룹숙원이 풀리게돼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한국가스공사, 한국통신, 담배인삼공사, 한국중공업 등 4개공기업의 향방도 관심거리. 일단 재계는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가스공사와 한중의 민영화 일정은 오는 2003년까지 지분매각을 금지하는 법률상 단서가 달려있다. ◇재계의 대정부관계 재정립된다=재계본산인 전경련 등 경제단체들은 차기정부와의 관계정립에서 적잖은 고민을 해야 할 처지가 됐다. 최종현회장 등 총수들은 역대 대통령의 최대 라이벌인 김당선자와의 접촉에 정치적 부담을 느껴왔기 때문. 전경련은 19일 손병두부회장 주재로 긴급임원회의를 열어 야당출신 대통령당선자와 대화의 물꼬를 어떻게 틀 것인가를 놓고 대책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재계는 새 정부와 긴밀한 관계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전경련회장단은 곧 김당선자와 상견례를 갖고 경제난 타개방안과 구조조정방안을 협의하고 새정부 개혁과제를 담은 보고서를 전달하기로 했다. 재계는 정치자금 문제는 여당이 독식해온 정당기탁금제도가 폐지되고 국고지원이 많아져 여야간 형평성시비가 상당히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남북경협 활성화된다=재계는 현재의 경제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실마리로 남북경협 확대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김당선자는 남북한정상회담을 제의하고 남북경협에 열의를 보이고 있어 재계는 경협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따라 대북경협에 적극성을 보여온 주요그룹들은 그동안 물밑작업을 통해 북한측과 추진해온 경협구상을 바탕으로 중장기계획을 점검하는 등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우는 새정부 출범을 계기로 남포공단 전자제품 합작공장 설립등 그동안 미뤄온 대북투자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며 삼성은 나진·선봉지역에 1만회선 규모의 통신망 건설 등 투자사업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위탁가공사업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해 이미 북한에서 만든 시제품 20대를 통해 북한의 기술수준을 확인한 LG그룹도 컬러TV를 시작으로 현재 주로 봉제, 의류분야에 치중된 남북 임가공사업을 전자분야로 확대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업사정이 어려워져 대북투자에 최우선순위를 둘 수 없어 위탁가공사업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밝혔다. ◇서해안시대의 가속화=서해안 투자시대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주요그룹들은 새정부가 지역균형개발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밝혀 충청·호남지역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는 ▲대산 석유화학단지 ▲서산간척지 ▲인주 자동차공장 ▲전주상용차라인 등에 이어 서산에 30만평 규모의 항공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은 기존 ▲광주 가전단지 ▲온양 반도체공장 ▲여천 제일모직 유화공장에 이어 목포에 병원을 신축하고 군장공단에 수출용 발전설비와 건설중장비공장을 오는 2003년까지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LG도 ▲청주 화학단지 ▲여천 정유 및 유화공장 ▲하남 전자부품공장 ▲익산 화학공장에 이어 군장공단에 가전 및 전자부품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대우는 광주 가전단지에 이어 지난해 군산에 2백만평 규모의 자동차공장(연산30만대)을 건설, 운영하는 등 서해안시대에 대비한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아남은 광주의 반도체공장을 대폭 확충키로 하는 등 중견그룹들의 대서해안 투자가 새정부들어 활성화될 전망이다.<박원배·이의춘·고진갑 기자> ◎김 대통령당선자 대기업정책/투명경영 제고에 주력할듯/정경유착·관치경제 폐해 근절/과감한 구조조정 강조에 긴장/‘불경기속 채찍 자제’ 기대 ◇대기업정책=재계는 김대통령 당선자의 경제철학과 대기업관련 발언, 공약, 19일 당선확정 연설에서 정경유착과 관치경제의 폐단을 없애겠다고 천명한 것과 관련, 긴장하고 있다. 특히 철저한 시장자율을 강조하고 경쟁력있는 기업만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제금융을 조건으로 경제정책에 간여하고 있고 최악의 불경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새정부가 재벌에 대한 채찍을 드는 것은 상당히 자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벌정책의 경우 IMF의 권고대로 기업구조조정과 경영투명성 제고를 위해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 각종 규제도 완화하고 외국기업에 비해 역차별의 소지가 있는 법규등도 손질할 것으로 기업들은 내다보고 있다. 김당선자는 재벌의 경제력집중억제, 지배주주를 견제하겠다는 것을 강조해왔다. 이와함께 차입경영에 의한 과잉중복투자등에 대해서는 구조조정등의 메스를 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산업정책은 공정법 강화등을 통해 부당거래와 독점의 폐해를 막고 이사회와 주총의 기능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기업분할제도를 도입하는 등 산업구조조정을 위해 부총리산하에 민·관·정합동의 기업구조조정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중소기업정책/벤처·중기 경제회생주역 인식/자금난 타개 최우선/중기육성 의지 강해/중기청 부승격 공약 ◇중소기업정책=「경제발전 주역으로 벤처기업과 중소기업및 자영업 육성」이란 구호로 집약된다. 김당선자와 국민회의는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자금난타개를 꼽고 있다. 신용위주의 대출과 신용보증기금등 상업어음할인 재원의 과감한 확충, 중소기업은행의 중소기업전담은행기능 회복을 통해 만성적인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돕겠다는 취지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을 확충하고 이에대한 정부의 출연비율을 50%이상 확대한다는 것. 또 중소기업공제사업기금을 누적잔액 5천억원까지 확대하고 중소기업경영안정지원특별기금을 설치, 부도예방기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중소기업전문 TV채널 설치와 중소기업전용 지역별 종합물류센터 건립, 신기술제품판로개척비 지원제도 신설등도 주요공약. 「지방중소기업 진흥에 관한 법률」과 「지역신용보증조합법」을 만들어 지방산업을 적극 육성하기로 했다. 특히 벤처기업들이 IMF체제아래서 국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다고 판단, 벤처산업육성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당선자는 중소기업정책의 중요성을 고려, 중소기업청을 부로 승격시키겠다고 말했다. 또 중소기업진흥공단을 기술지도, 연수, 자동화사업등 3각체제로 전문화시키고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의 연구기능을 강화시킬 예정이다.<이의춘·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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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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