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는 만큼 위안화는 당연히 강세를 보여야 한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가치를 낮췄고, 이로 인해 우리 같은 수출업자는 더욱 힘들어졌다. 태국 정부가 나서 밧화 가치를 떨구지 않는다면 우리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탐롱 트리티프라서트 태국산업협회 신발 분과 위원장) 중국 위안화의 '나 홀로 약세' 때문에 경합관계에 있는 아시아 주요 수출국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위안화의 평가절하는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중국 제품의 가격을 싸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아시아 수출국들이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것. 중국은 위안화를 사실상 미 달러화에 고정시켜 미 달러화의 하락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면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한국 등 아시아 주요 수출국들의 화폐는 최근 들어 미 달러화에 비해 급등했다. 미 달러화가 고점을 기록한 지난 3월 이후 한국의 원화는 24.3% 절상됐다. 싱가포르 달러는 10.4%, 태국 밧화는 7.7%,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9.3% 올랐다. 반면 달러에 고정된 중국 위안화는 움직임이 없다. 프레데릭 뉴만 HSBC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의 덩치 큰 나라가 달러에 대해 환율을 고정시킨다면 모든 국가들이 압박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평가 절하폭이 5%만 되더라도 매우 고통스럽다"고 지적했다. 하이 프리퀀시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달러 페그제를 포기한 후 3년간 위안화 가치를 16% 가량 뛰게 한 후 지난해 7월에부터 달러당 6.82위안으로 사실상 다시 페그에 들어갔다. 외부로부터 절상 압력을 받고 있지만 중국이 외환정책을 바꿀 가능성은 낮다.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의 홍콩 소재 벤 심펜도르퍼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관심사는 대외 사안이 아닌 국내 문제다. 그들도 위안화 약세의 문제를 알지만 정책 입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저소득 대중을 먼저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 당국이 사회적 소요를 피하기 위해 고용 창출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외부의 위안 절상 압박을 모른 척한다는 것이다. 주요 수출시장이 위축되면서 중국의 제조업 분야에서 2,000만 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다. 홍콩 모간스탠리의 창왕 이코노미스트 역시 "중국 입자에서는 위안화 약세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데 굳이 위안화를 평가 절상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서 아시아 국가들이 느끼는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위안화를 평가 절상하는 대신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시아 국가들은 자국 화폐 가치가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미 달러화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한국은 9월에만 88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을 추가했고, 10~11월에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국도 9월 53억 달러, 대만은 68억 달러를 늘려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더구나 아시아 수출 국가들은 지난달 피츠버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글로벌 불균형' 해소 차원에서 자국의 화폐가치를 높여 수출 비중을 낮추고 내수를 늘리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최근 연설에서 "우리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지속 불가능한 무역 불균형과 자본의 흐름을 피해야 한다" 며 한국 등 아시아에 대해 통화 절상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하지만 아시아 국가 입장에서는 수출 회복이 여전히 미진한 만큼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력을 받아들여 자국 화폐 가치를 올리는 것은 매우 힘들다고 WSJ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