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간접투자시장 성장하려면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

지난 99년 7월 자산운용회사의 수탁고는 262조원을 돌파하고 지수도 1,000포인트를 넘어서면서 종합주가지수 4자리시대를 당연시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승의 중심에는 ‘바이코리아 펀드’ 가 있었으며 간접투자시대의 본격적인 도래를 알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99년 8월 대우그룹 워크아웃 발표로 국고채 3년 금리가 10%대에 육박하는 금리급등을 야기했다. 급기야 2000년 12월에는 138조원으로 수탁고가 급감했다. 투자자들은 자산운용사의 불투명성과 위험자산에 대한 과도한 회피 반응을 하기 시작했으며 펀드시장의 자금들은 급격하게 제1금융권인 은행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2001년ㆍ2002년 다소 회복되던 수탁고는 2003년 3월 SK글로벌 사태로 다시 150조원 이하로 급격히 감소한 후 금리의 안정, 기업실적 개선, 기업 투명성 강화 등으로 주가의 지속적인 상승과 수탁고의 안정적인 증가를 가져오고 있다. 최근 적립식 투자펀드 열풍과 저금리에 따른 위험자산에 대한 인식전환 등으로 간접투자자산인 펀드가 급증하고 있다. 99년도 200조원 수탁고와 최근 도래하고 있는 200조원 수탁고의 차이는 무엇일까. 우리는 과거의 경험적 학습 효과로 인해 현재 1,000포인트시대의 도래를 다시 두려워하고 있다. 다시 수탁고는 급격히 무너질 가능성은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이 될까에 대한 생각을 갖게 된다. 현재 수탁고 200조원시대의 의미는 과거와 크게 다르다고 생각한다. 첫째, 개인직접투자자의 급격한 감소다. 98년부터 2004년까지 개인과 기관은 50조원을 매도했으며 이 규모를 외국인이 매수했다. 개인들의 과도한 안정자산에 대한 편중은 저금리를 가속시켰으며 1,100조원에 이르는 개인금융자산에서 주식의 비중은 8% 이하로 머무르게 한 것이다. 둘째, 구조화된 저금리 구조다. 현재의 4% 전후의 저금리 구조로 인해 투자 주체는 고객의 요구 수익률에 따라가기 위한 일정 수준의 위험자산의 증가를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변화된 기업실적과 배당수익률의 증가다. 현재 한국 기업의 배당 성향은 20% 수준이며 배당수익률은 2.3%에 이른다. 또한 기업이익의 변동성이 크게 완화됨으로써 장기적 투자 대상이 된 것이다. 넷째, 주식투자에 대한 새로운 투자문화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과거 한국시장의 불투명ㆍ불완전성에 대한 위험 요인이 점차 제거되면서 주식투자에 대한 장기적 투자 관점과 배당수익에 대한 선호 현상이 생기게 된 것이다. 또한 단기적 투자성향이 점차 줄어들면서 적립식 형태의 장기적, 지속적 자금유입 현상이 생기게 된 것이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최근 자산운용사 수탁고 200조원시대는 과거와는 다른 구조적 발전기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수탁고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개선 요소가 많다. 첫째, 수탁고의 30~40%에 이르는 MMF 등 단기자산의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둘째, 주식형 비중이 지나치게 낮아 기관투자가로서 시장 안정판 기능이 상실돼 있으며 다른 금융기관의 저축성 상품 기능과 차별성을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공모펀드 기준으로 수탁고 대비 주식형 비중이 미국 54%, 영국 74%, 일본 67%, 독일 45%에 이르는데 한국은 8%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은 한국의 개인 및 금융자산의 구조를 볼 때 선진국형으로 바뀔 수밖에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2004년 말 현재 개인금융자산의 58.8%가 현금ㆍ예금으로 구성돼 있다. 미국의 예를 보아도 75년 55%에 달하던 예금 비중이 2003년 12%대에 머무르고 주식 비중이 31%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 개인금융자산 비중에서 예금이 줄어들면서 투자자산으로 이동은 시간의 문제이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올해 12월 시행 예정인 퇴직연금제도의 도입은 간접투자시장의 본격적인 모멘텀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90년 1조달러에 불과하던 뮤추얼펀드가 현재는 7조5,000억달러에 이르고 있으며 이러한 비약적인 성장 배경에는 퇴직연금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뮤추얼펀드 중 퇴직연금의 비율이 36%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간접투자자산의 본격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보장돼야 하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첫째, 기업이익의 지속적 증가 및 주주중심의 정책유지다. 현재 미국의 배당성향은 40%에 달하는데 우리도 지속적으로 배당 성향이 높아져야 한다. 둘째, 장기투자자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다. 보험상품처럼 주식상품에도 장기투자자에게는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해 성장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셋째, 기업지배구조의 지속적 개선 및 제도적 투명성 확보 및 유지다. 이러한 전제 조건의 유지와 자산운용업의 선진화, 구조적 저금리구조, 기업이익의 구조적 개선 등이 맞물린다면 과거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간접투자시장의 개화기’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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