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해외특별인터뷰] 존 체임버스 S&P 이사

“북한 핵 이슈라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최근 한국의 신용등급에 영향을 주고 있지만 우리는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해결될 것으로 봅니다.” 무디스와 함께 뉴욕 월가의 양대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존 체임버스 이사(국가 신용평가 담당)는 “한국에서 전개되는 반미 운동이 국가 신인도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당선자가 김대중 정부의 경제개혁을 이어나갈 것이며,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는 비중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일본이 경제 회복을 위해 엔화를 급격히 절하할 가능성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뉴욕 맨해튼 S&P 본사에서 그를 만나 보았다. -북한 핵 문제로 인해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북한의 문제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봅니다.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 문제는 수 십년 동안 국가 신용등급을 결정할 때 중요한 요소가 되어 왔습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국가 신용평가에 중요한 나라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한국과 비슷하거나 더 높을 것입니다. 인도와 파키스탄도 지역 분쟁으로 인해 신용평가가 낮게 나오고 있고, 사이프러스는 지정학적 위험이 높습니다. 우리는 국가 신인도를 평가할 때 지정학적 리스크를 중요한 요소로 고려합니다. 현재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지난 94년 만큼 높습니다. 그때 거의 전쟁 직전까지 가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우리는 한국과 미국, 일본, 러시아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아무도 군사적 해결을 통해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어떻게 전망합니까. ▲집권당이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기존의 경제 정책이 지속되기를 희망합니다. 우리는 선거 이전에 민주당과 한나라당 중 어느 정당이 승리하든 경제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 5년 동안의 한국 경제정책은 모범적이었습니다. 한국 경제는 다른 아시아국가들보다 높은 성장을 유지하고 리스크가 줄어 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당선자가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이어나갈 것으로 봅니다. -한국 노동 세력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고, 한국 근로자들의 움직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노동운동이 격렬하다는 평을 받는데, 이런 평가는 일부 근거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60년대 이후 한국 경제가 성공한 이면에는 근로자들의 근면하고, 저임금에 높은 생산성을 창출한 것이 주 요인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한국 경제는 번영했고, 경쟁력을 획득했습니다. 아시아 국가나 다른 공업국가에서 보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노 당선자가 공약으로 내세운 주5일 근무제는 선진국(OECD) 국가의 기준으로 볼 때 합리적인 수준입니다. 한국은 이 제도를 운영해갈 능력이 있다고 봅니다. 또 한국 경제가 지난 97~98년에 아주 위험한 상태에 놓였을 때 근로자들이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데 크게 협조했습니다. 한국 경제가 똑 같은 상황을 맞는다면 노동자들의 대응이 같을 것으로 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젊은이들의 반미 감정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반미 운동이 국가 신인도에 영향을 줍니까. ▲저는 최근에 나타난 반미 시위가 한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나 포트폴리오 투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반미 시위가 프랑스에서 있었던 반미 시위보다 심각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한국에는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에 견해차가 있고, 그들은 확산된 인터넷을 비공식 채널로 활용, 빠르게 결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의 반미 감정은 10년 전 파나마에서 있었던 반미 감정과 유사합니다. 우리(S&P)의 국가신용등급 평가 팀에도 미국인과 비(非) 미국인이 있는데, 미국의 정책에 대해 서로 견해가 다릅니다. 저는 미국인이므로 미국의 정책을 지지하지만 일본, 싱가포르, 캐나다 출신자들은 저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반미 감정이 국가 신용평가에는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한국의 조흥은행 매각이 완료되면 지난 5년간의 금융개혁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저는 조흥은행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코멘트를 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일반적인 견해를 말하자면 정부가 은행에 대한 개입을 줄일수록 은행이 예금과 대출의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정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세금을 걷고 군대를 유지하고, 법 질서를 유지하는데 효율적이어야 하지만 기업과 은행의 일에 가급적 개입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정부가 은행에 개입하면 은행은 정부 정책에 신경을 쓰게 됩니다. 정부의 개입 범위를 줄일수록 은행의 신용이 높아지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것입니다. -한국의 가계 대출이 문제로 되고 있습니다. 위험 수위에 있다는 지적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S&P에서 한국 가계 대출에 관해 연구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결론은 한국의 소비자 대출이 관리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국가신용평가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의 소비자대출 증가는 지난 4~5년 동안 한국 경제가 높은 성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소비자 개인은 평생의 잠재적 소득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해서 소비를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수입이 보장될 것으로 믿고 어느 시점에 집을 구하고, 자동차를 삽니다. 개인의 소비는 전체적으로 볼 때 합리적으로 운영됩니다. 이런 합리적 소비가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되면 재벌의 무분별한 씀씀이보다 안정적일 것입니다. -노무현 당선자가 재벌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재벌 개혁을 했는데, 더 해야 하는가 하는 불만이 있습니다만. ▲97년 외환 위기 이전에 한국의 재벌은 잘 운영되지 못했습니다. 한국 재벌들은 해외 신인도에 신경 쓰지 않았고, 부채를 지나치게 늘렸으며, 수익 면에서 효율적이지 못했습니다. 김대중 정부가 재벌의 대외 신인도를 높이고, 부채 비율을 축소하도록 한 조치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고, 한국 경제를 위험에서 구해냈습니다. 재벌 정책을 더 지속하는 것은 환영입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사이에 경제 개혁이 달라져야 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특정 정부에 대해 어떤 정책을 채택하도록 권고를 하는 것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입장이 아닙니다. 그것은 아마 국제통화기금(IMF)에서 하는 일이지요. 우리는 정부의 정책이 어떻게 나오는가를 관찰하고, 그 정책이 금융 부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의 개혁을 이어받아 개혁의 2세대를 열 것으로 봅니다. 재벌 부문을 건실하게 유도하고, 수출을 확대할 것으로 봅니다. 이런 것들은 환영 받을 일입니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높은 성장을 유지하려면 정부가 원칙을 정하고, 경제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일본 경제가 장기 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한국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봅니까. ▲일본 경제가 성장을 재개할 것인지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일본 경제는 몇 년째 위기의 상태이고, 금융부문의 문제는 10년이 됐습니다. 일본은 한국의 주요 수입국이며 해외시장에서 경쟁국입니다. 일본이 회생하는 방안의 하나로 엔화를 크게 절하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 은행은 이 점을 주시해야 할 것입니다. 일본 경제의 위험은 디플레이션이 심각해져 소비 심리를 극도로 위축시키고, (아시아) 지역 경제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입니다. 엔화 약세는 주변국의 경쟁적 통화 절하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나리오가 나타날 가능성은 약합니다. 아직은 실망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일본은 금융 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일본 시장이 좋아지지도 않지만, 크게 악화하지도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현재 `A-`이고 신용전망이 `안정적(stable)`으로 돼 있습니다. 한국의 신용등급을 언제 올려줄 것입니까. ▲우리는 매일 한국의 신인도를 점검하고, 항상 관찰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지난 98년 이래 신용등급이 항상 업 그레이드 됐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우리를 만날 때 항상 물어보는 질문이 `다음 번 신용등급 상향 조정을 언제 할 것이냐`는 것입니다. (웃음)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은행의 자금 사정을 들춰보니 오늘 내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니 신인도를 올리는 것이 가장 큰 일이었겠지요. 우리는 지난해 7월에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습니다. 그때는 외국환 신용등급만 올렸고, 내국환 신용등급은 올리지 않았는데 그것은 북한 이슈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처럼 전쟁 위험을 걱정한 것이 아니라 그때엔 북한의 경제적 붕괴를 전제했습니다. 북한이 언제 붕괴될지 모르지만, 그 비용의 대부분은 한국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한국의 통일비용은 엄청날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 불확실성을 고려한 것입니다. 현재 한국의 신용전망은 `안정적`인데, 그것은 상향 조정의 압력과 하향 조정의 압력이 동등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존 체임버스는 누구) 미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금융기관 신용평가 부문 2인자이며, 매니징 디렉터. 97년에 국가신용등급 평가 분야를 담당했으며, 그 이전에는 라틴 아메리카 금융기관의 신용등급 평가를 담당했다. 금융부문의 리스크 평가를 주기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S&P에 입사하기 이전에 프랑스의 인도수에즈은행에서 이사와 감사역을 맡았었다. 그리넬 대학에서 학사, 컬럼비아 대학에서 영문학 석사를 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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