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지구. 자원고갈ㆍ환경오염으로 절체절명의 위기가 찾아온다. 인류는 미래를 기약하는 새 생활터전으로 화성을 택한다. 그리고 화성탐사 우주인을 파견한다.”
영화 ‘붉은 행성(Red Planetㆍ2000)’에 나오는 유인 화성탐사 계획의 일부분이다. 공상영화나 소설 속 유인 화성탐사는 이제 더 이상 꿈이 아닌 가까운 현실이다.
유럽우주청과 러시아는 6명의 우주 승무원이 모의 우주선에서 갇혀 지내는 ‘마스(mars) 500’이라는 화성 모의 탐사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520일간 음식과 물의 외부 공급 없이 비좁은 통 모양의 우주선에서 거주한다. 화성탐사 우주인의 생체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오는 2025년 유인 화성탐사선을 발사할 계획에 있다. 미국은 지난 2004년 장기적인 ‘우주탐사 비전’을 발표했다. 유인 탐사선을 개발해 2020년까지 달 유인탐사를 할 계획이다. 이어서 유인 화성탐사 프로그램도 준비할 예정이다. 일본ㆍ중국ㆍ인도도 달과 화성탐사 계획을 발표하면서 우주영토 개척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직 우주탐사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많다. 너무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도 위험성이 높은 어려운 사업이다. 그럼에도 왜 선진국들은 달과 행성을 탐사하고 우주기지를 건설하려고 할까. 화성탐사의 표면적 이유는 외계 생명체의 근원을 찾기 위해서다. 그러나 속내는 다르다. 미래에 예측되는 지구의 자원고갈ㆍ환경오염ㆍ인구증가에 대비해 우주영토를 선점하자는 것이다. ‘21세기는 우주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한다. 우주영토 선점은 새 시대를 이끌어가는 강력한 힘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한국은 과연 언제쯤 달과 화성을 탐사할 수 있을까. 아직 독자적인 유인 행성탐사는 시기상조다. 기술도 재원도 충분하지 못하다. 1차적으로 무인 달 또는 행성탐사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독자적인 우주수송 시스템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내년 말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에서 국내 최초로 소형위성 발사체를 쏘는 것도 이런 포석이다. 이 경험을 기초로 2017년까지 우리 고유의 한국형 발사체를 개발할 것이다. 2020년 이후에는 신뢰성이 확보된 한국형 발사체를 이용해 무인 달 및 화성탐사도 추진할 계획에 있다.
유인 우주탐사에 더욱 막대한 재원과 대규모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 미국조차도 향후 유인 우주탐사는 국제협력 사업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감당하기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재원만 조달한다고 해서 이런 국제협력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제협력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핵심조건은 상당한 수준의 우주기술 능력 확보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년 후를 대비해 우주기반 기술 구축 및 인력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6월 국가우주위원회에서 확정된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은 이런 야심의 결과물이다.
정부는 향후 10년을 우주기술 자립화 기간으로 설정해 독자적 위성개발 및 우주발사체 개발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2020년 이후에는 우리도 당당히 국제 우주탐사 프로젝트에 공동참여할 계획이다.
우주기술은 전략기술로 분류돼 국가 간 기술이전이 극히 제한적이다.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가 독자적 개발에 어려움이 많은 까닭이다.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경쟁원리는 우주개발 분야에도 적용돼 우주 선진국으로 진입하지 못하면 도태된다.
반면 우주탐사를 포함한 우주개발은 정부의 의지만으로 추진할 수 없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 결실이 맺어져 20년 후 가슴에 태극기를 단 대한민국 우주인이 달과 화성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