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가치사슬 최적화에 나설 때

김교태 삼정KPMG 대표


지난 2013년부터 미국은 비인도적 행위가 자행되는 지역에서 채굴된 금·탄탈럼 등 분쟁광물 사용 여부를 공시하도록 했다. 분쟁지역 광물 판매자금의 반군 유입과 광물 채취 과정에서의 인권유린 자행을 막기 위해서다. 유럽연합(EU)도 규제를 시작한다. 이 규제에 대응하지 못하면 수출이 막힐 수 있다는 점에서 수출기업은 원재료의 구매와 생산 과정을 모니터링해야 하는 부담을 안았다. 우리나라 수출 상위 15개 품목 대부분이 분쟁광물 규제의 영향권이다. 이러한 새로운 분쟁광물 규제는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 글로벌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인 특유의 친화력과 근면성실, 빠른 의사결정이 구매·생산·판매 등 기업활동의 가치사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경쟁우위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가치사슬이란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를 제조·유통하면서 궁극적으로는 고객만족을 목적으로 하는 일련의 활동을 말한다. 가치사슬 내 군더더기 제거와 병목 해결을 통해 기업은 핵심사업에 집중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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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한국 기업들에 새로이 등장한 글로벌 규제는 전통적인 의사결정방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그 규제가 구매·생산·판매 등 글로벌 가치사슬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가치사슬 전체를 관통하는 '가치사슬 최적화' 대응을 해야 한다. 이는 일련의 가치사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을 분석하고 이를 감안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을 말한다. 예를 들어 기업 내 구매팀의 통합구매전략의 성공으로 원가경쟁력을 갖춘 휴대폰이나 자동차가 생산됐다고 가정하자. 이 제품이 분쟁광물을 사용했다는 비난을 받아 미국과 EU 소비자로부터 외면받는다면 수출팀의 물류전략과 마케팅팀의 광고전략은 물거품이 된다. 수출팀과 마케팅팀은 구매팀으로 하여금 조금 더 비싸더라도 분쟁광물을 사용하지 않은 원재료를 구매하도록 선제적으로 협의해야 한다. 이것이 가치사슬 규제 준수이고 이를 감안한 경영의사결정이 새로운 가치사슬 최적화이다.

이제 한국 기업은 규제가 가치사슬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이를 고려한 선제적 최적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진행돼야 하는 부분은 위험상황에 대한 인식이다. 글로벌 경영환경을 고려해 각 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상황을 도출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가치사슬 관련 부서를 모아 시나리오별 대응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국내외 새로운 규제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 이어 기존에 없던 구매-생산-판매-해외생산-해외판매 전체의 가치사슬을 관통하는 최적화 의사결정을 내리는 프로세스를 수립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글로벌 기업은 일등이 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왔다. 일등이 되기 위한 전략과 일등을 수성하기 위한 전략은 달라야 한다. 이제는 전통적 의사결정방법을 뛰어넘는 가치사슬 규제 준수와 최적화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를 통해 더 많은 한국 기업이 글로벌 일등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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