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동국대 '교수 강의평가' 공개 2개월

다양한 자료·철저한 AS… "강의의 질이 달라졌어요"<br>높은 평가받은 수업 듣기 치열한 경쟁<br>"눈치보는 수업만 양산" 일부 우려 씻어

“수업은 강의실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학생들과 교류하기 위해 하루 3~4시간을 면담에 할애하기도 하고 피상적인 시험보다는 팀 프로젝트 과제를 준 뒤 학생들 스스로 토론하며 문제를 해결하게 합니다.” 황진환(37) 동국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25일 “강의 수준으로만 따진다면 (다른 교수의) 좋은 수업이 훨씬 많았을 것”이라며 자신의 강의 철학을 이같이 소개했다. 2007년 2학기 강의 평가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황 교수의 영업비밀(?)은 질 높은 수업과 더불어 학생에 대한 철저한 애프터서비스, 종합적 교육 방식에 있었다. 지난 2월 동국대가 2007년 2학기 강의를 맡은 교수 1,049명의 평가 결과를 학교 안팎에서 벌어진 상당한 논란 속에 실명으로 홈페이지에 전격 공개한 지 두 달여. ‘학생들의 눈치를 보는 수업만 양산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도 있었지만 캠퍼스의 분위기는 크게 바뀌고 있었다. 파워포인트 등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강의에 활용, 수업에 적용하는 교수들이 늘고 교수의 개인적 사정으로 휴강하는 사태도 이제는 옛말이 됐다. 교직사회에도 고객(학생)을 위한 서비스 마인드가 그만큼 강해진 셈이다. 학생들의 반응도 뜨겁다. 이 학교 경제통상학부에 재학하고 있는 임주현(20ㆍ여)씨는 “(교수님들 사이에서) 변화가 느껴진다”며 “학생들이 제기한 불만에 대해 ‘왜 이런 수업 방식을 쓰는지’ 해명하고 개선하려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찰행정학과에 다니는 양동윤(28)씨는 “말로만 진행하던 수업에서 벗어나 시청각 자료를 활용하거나 생생한 현장학습을 진행하는 등 신경을 많이 쓴다”며 “(강의 평가 공개는) 전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번 학기 수강신청 때에는 같은 수업일 경우 좋은 점수를 받은 교수의 수업을 듣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교육이 강의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데 ‘작은 부분’을 지나치게 강조했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수업 외 지도와 같은 측면은 배제된 채 강의 부분만 강조됐다”며 “심하게 말하면 ‘요식 행위’처럼 비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학생들도 중간고사를 망치면 드롭(dropㆍ중간에 그만 둠)하고 싶은데 (최종 평가 전)굳이 강의 초에 평가를 공개해 의욕을 꺾을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한 교수도 “1등부터 꼴찌까지 모든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비인간적”이라며 “상위 몇 %까지만 공개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동국대 측은 이 같은 지적에 따라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 강의 평가를 총괄하는 이명천 학사지원본부장은 “실험ㆍ실습 위주 과목과 이론 과목의 설문 문항을 달리해서 반영하고 계열별로 교수 등수와 우수 교사 시상을 추진하자는 의견이 있어 고민 중”이라며 “중간ㆍ기말로 진행했던 평가를 3회로 늘리는 대신 반영 비율을 20:30:50으로 조율하는 등 개선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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