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가전업체들이 삼성, LG의 기세에 밀려 고전을 거듭하면서 한국 시장 전략을 속속 수정하고 있다.
일부는 이미 특정 사업 부문을 사실상 정리하거나 유통망 축소에 나선 상태로업체들은 전략제품 수정, 사업 다각화 등을 통해 돌파구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몇 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외산 가전에는 다소 비싼 가격에도 불구, 어느정도의 프리미엄이 유지됐지만 국내 가전의 약진으로 한국 시장에서는 명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신규사업 진출 및 전략 제품 집중 육성을 통해 가능성있는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사업 정리, 판매망 축소
14일 업계에 따르면 마쓰시타의 한국법인인파나소닉 코리아는 내수 불황 및 국산 가전의 공격적 마케팅에 더해 LG전자와 마쓰시타간 PDP 분쟁을 둘러싸고 무역위원회가 지난달말 파나소닉 PDP 제품 국내 수입.판매 금지 잠정조치를 내리면서 타격이 더 심해지게 됐다.
파나소닉은 롯데백화점 본점 및 안양점에서 자진철수, 현재 분당점과 노원점에만 입점된 상태며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매장에서는 이미 철수한지 두달이 지났다.
필립스전자는 매출 축소에 따라 TV 홈시어터, 오디오, 비디오, 모니터 등 AV가전 부문의 경우 한국법인이 직수입, 유통하던 기존 방식에서 총판 대리점이 직접 수입, 판매하는 총판체제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중이어서 판매망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 코리아도 별도 사업부까지 신설, 한국 디지털 TV 시장에 야심차게 진출했으나 사업부진으로 올 들어 사업부를 없애고 디지털 TV 분야에서 발을 뺐다.
세계 1위 휴대폰 업체인 핀란드의 노키아도 지난해 한국에서 철수했다.
실제로 유통업계에 따르면 외산가전 업체가 점포를 철수하거나 축소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으며 그 빈자리는 국내 가전이 확대 운영 방식으로 속속 채우고 있다.
특히 대형가전의 경우 외산가전들은 입점해 있더라도 기본적인 상품 구색만 갖춰놓은 정도라고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올해 하반기부터 수입산 프로젝션 TV와 PDP TV 판매가 급감, 필립스, 도시바 등이 철수했고 외산 중에서는 소니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정도며 LCD TV의 경우 수입산은 샤프만 정식으로 판매중이고 필립스, 도시바 등은 재고만 판매하고 있는 정도다.
현대백화점의 경우도 백색가전쪽의 수입산 부진이 두드러져 6∼7㎏대의 드럼세탁기는 작년 대비 40%이상, 양문형 냉장고는 10% 가량 매출이 각각 감소했다.
◆새로운 돌파구로 세계적 명성 `회복'
파나소닉 코리아는 이달 초 플래시 메모리 타입의 MP3 플레이어 `SV-MP510V'로 국내 MP3 시장에 본격 진출했으며 내년 3월께 신제품도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파나소닉 코리아는 올 10월 세계 최초로 SD 메모리 카드가 장착된 ENG 카메라 `P2'를 내놓으며 소니가 90% 이상 독식하고 있는 국내 방송장비 시장에도 도전장을 던지고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한 규모가 커지는 디지털 카메라을 겨냥, 올해 총 12종을 국내에 내놓은 데이어 내년에도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기로 했다.
샤프전자도 올해 매출이 지난해의 1천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LCD TV, 전자사전, 공기청정기 등 3개 품목을 `신' 주력품목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한편 수요가 줄고 있는 캠코더 시장의 매출을 상쇄하기 위해 MP3 시장을 적극 공략키로 했다.
샤프전자는 신제품 부재 등으로 한동안 국내 시장에서 MP3 판매를 사실상 중단했었으나 지난 13일 국내 최초로 노래방 기능을 갖춘 MP3 플레이어 2종을 출시했다.
LCD TV에 대해서는 내년 가격 하락으로 수요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유통망별로 LCD TV 코너 확장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샤프전자는 올 하반기부터 태양광 발전 부문 세계 1위의 강점을 내세워 국내 태양광 발전 시스템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유러피안 프리미엄 가전업체인 일렉트로룩스 코리아는 내년도 소형 가전 부문의 비중을 높여 나가기로 했다.
최근 커피메이커, 오븐토스터, 바비큐 그릴, 토스터 등 소형 주방 가전 4종을새롭게 선보였으며 내년에는 에스프레소 메이커, 블랜더 등의 제품군을 추가, 한국소형 가전 시장을 적극 개척하겠다는 방침이다.
JVC코리아도 전체 매출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캠코더 판매가 둔화되고 있는 점등을 감안, 최근 출시한 디지털 미디어 카메라(디지털 캠코더+디지털 카메라+보이스리코더) `에브리오' 판매에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이를 위해 직영점으로 운영하고 있는 롯데마트, 전자랜드21의 비중을 높이는 한편 여타 할인점에 대해서도 판촉을 강화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