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은 예년처럼 메이저들이 만들어낸 특수효과가 판을 치는 대규모 영화들이 세를 떨쳤고 자본력이 약한 인디 영화들은 맥을 못 추었다. 속편과 리메이크들이 역시 기세등등했다. 또한 지난해 두드러진 현상은 미국인들이 이라크전을 비롯한 정치 영화들을 철저히 외면했다는 점. 사우디를 무대로 회교도 테러리스트들의 미국인 학살에 대한 CIA의 보복을 다룬 '킹덤'은 비교적 흥행 보증수표인 제이미 폭스가 나온 액션 스릴러인데도 흥행서 참패했다. (제작비 7,000만달러에 수입은 4,400만달러) 지독히 진보적이요 설교조인 '로스트 라이언즈(Lions for Lambs)'은 제작비 3,500만달러에 고작 1,490만 달러의 수입을 냈다. 또 수퍼스타 리스 위더스푼이 나오고 메릴 스트립이 조연한 '범인 인도'와 토미 리 존스 등 빅스타들이 나온 이라크 전 후유증을 그린 '엘라의 계곡' 등도 모두 팬들의 외면을 당했다. 이런 중에 지난 달 개봉된 소련 침공군에 저항하는 아프간 전사들에게 비공개적으로 군자금을 대는데 기여한 미연방하원의원과 그의 연인이자 사교계 여성 그리고 CIA 요원의 정치성 코미디 드라마 '찰리 윌슨의 전쟁'이 팬들의 호응을 받은 것은 눈에 띄는 사건. 톰 행크스, 줄리아 로버츠 및 필립 시모어 하프만이라는 스타의 힘과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무거운 주제를 말쑥한 코미디로 다룬 솜씨 탓이다. 지난해는 또 여성 감독들이 맹활약한 해이기도 하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라이언 킹'의 연출자인 줄리 테이머는 '우주를 가로 질러'로 10대 소녀들의 눈길을 잡았고 인도계 미라 나이르는 인디영화 '같은 이름'을 만들어 세대와 피부색깔을 초월한 팬들로부터 호응을 받았다. 캐나다 태생의 배우 새라 폴리는 치매를 앓는 여인(줄리 크리스티)의 드라마 '그녀로부터 멀리 떠나'로 호평을 받았고 각본가 로빈 스위코드는 여성 앙상블 캐스트 드라마 '제인 오스틴 독서 클럽'을 감독, 역시 여성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현재 이 곳서 호평 속에 상영중인 '새비지 가족'도 여류 타마라 젠킨스가 각본을 쓰고 감독했다. 상영중인 이 영화에서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는 두 남매로 나온 필립 시모어 하프만과 로라 린니가 비평가들의 격찬을 받았다 지난해 배우로서 감독을 해 호평을 받은 사람들은 벤 애플렉과 션 펜, 그리고 덴젤 워싱턴이다. 애플렉은 동생 케이시를 기용해 만든 범죄영화 '곤 베이비 곤'을 연출해 호평을 받았고, 펜은 자연 속에서 완전한 자유를 누리려다 알래스카에서 아사한 청년의 실화를 다룬 '자연 속으로'로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워싱턴은 언더독 이야기인 텍사스의 한 작은 흑인 대학 토론반의 드라마 '위대한 토론자'를 내놓았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속편과 신판들이 기승을 떨 것이다. 이런 영화들로 '미라'와 '인디애나 존스' 및 '스타트렉' 등의 속편들이 개봉을 대기 중이다.
/한국일보 미주본사 편집위원,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원 hjpark@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