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한반도정책 정경분리원칙 유지될 듯국내외 전문가들은 중국 최고지도자 등소평이 사망했지만 중국의 대외정책, 특히 한국과 북한에 대한 정책기조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와 국내 중국전문가들도 등소평이 지난 89년 공식직위에서 물러난 이래 강택민 주석 중심의 집단지도체제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안정적으로 후계체제를 준비해 왔기 때문에 모택동사망 당시와 같은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정책도 자국의 성공적 현대화 추진을 위해 주변정세의 안정이 절실하기 때문에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다만 북·중 관계의 경우, 김일성에 이어 등소평이 사망함으로써 혁명 1세대간의 친분이나 이념에 기초한 특수관계가 점차 실리에 바탕한 정상적 국가관계로 발전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통일원은 『등의 사망으로 「혈맹관계」로 지칭돼온 북·중 관계가 상당부분 희석될 것』이라면서 『중국은 대한반도정책에 있어서 정경분리원칙을 확고히 지켜나가는 가운데 국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두복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중국의 한반도정책 기조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지만 등 사망이 장기적으로 한·중 관계에서 북한요인을 배제시키는데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희옥 한신대 중국학과 교수도 『북·중 관계에서는 혁명 1세대의 퇴진으로 「피로 맺은 관계」로 상징되는 특수관계가 보편적인 선린우호관계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소원해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중국이 현대화를 통해 명실상부한 강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동북아, 특히 한반도의 안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의 급속한 붕괴나 체제위기를 막기 위해 지난해 북한에 앞으로 향후 5년간 곡물 50만톤과 석유 1백30만톤, 석탄 2백50만톤을 제공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경제지원을 통해 대북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함으로써 한·미·일 등에 대한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도 작용한다.
그러나 파이낸셜 타임스지의 지적처럼 중국이 한반도의 통일이 예상보다 빨리 다가올 것으로 판단, 한국과의 정치관계에 보다 비중을 두는 등 대한반도정책 접근면에서 미묘한 변화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프랑스의 르 몽드지도 중국이 황장엽 노동당비서 처리과정에서 『과거 형제국이었던 북한에 대한 신의가 전략적 관점에서 전보다 약화됐다』면서 『한국은 이제 중국에 있어 동북아 전 지역, 특히 일본에 대한 카드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임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