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곡물 수급ㆍ가격 안정화하려면


지난 2007년 이후 국제곡물가격 급등과 변동성이 심화되고 있다. 국제곡물 시장은 주요 생산국에서 소비 후 해외에 수출하는 원시적인 사장구조로 거래되는 교역량이 총 생산량의 15% 안팎에 불과한 엷은 시장이다. 그래서 생산량이 조금만 변해도 가격이 크게 변동한다. 또한 수입국은 다수지만 수출국은 소수여서 독과점 구조가 형성되고 시장이 곡물메이저와 주요 생산국의 정책에 큰 영향을 받는다. 국제곡물가격은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무역자유화가 시작되면서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수출국의 가격변동이 수입국에 그대로 전가된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서는 전세계적으로 국가별 가격변동이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주요 곡물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주요 곡물인 옥수수ㆍ밀의 자급률은 각각 1% 내외로 사실상 자급기반을 잃었다. 콩 역시 자급률 9% 내외로 일부 식용을 제외하면 거의 수입에 의존한다. 수입국인 우리나라의 곡물 수급 및 가격 안정화 방안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해 논의할 수 있다. 국내 차원에서의 대응방안과 수입국 간의 지역적 대응방안, 그리고 국제공조다.

국내 차원에서의 대응방안으로는 첫째, 국내자급률 제고다. 국내 곡물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생산량을 늘리려면 소득보전 직불제 등 생산 인센티브를 부여해 겨울철 유휴농지를 활용한 동계작물(밀ㆍ보리ㆍ조사료 등) 재배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2010년 기준 벼 재배면적 중 52%가 유휴농지 상태였다. 또한 생산 이후 판매처인 국내곡물 소비시장을 개척해 생산확대를 단계별로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농지 확보가 필수적이다. 농지를 비농업지역으로 규제를 풀어줘 매년 농지전용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 농지 감소를 막으려면 농지전용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둘째, 수입곡물가격 안정을 위한 정부지원이다. 정부가 TRQ 물량을 국내시장에 방출할 경우 판매가격을 인하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곡물가격 상승시 할당관세를 운용하되 가격안정시 현 관세를 유지하는 방안 또한 필요하다. 수입곡물 비축물량을 늘리되 국내산 가격안정을 고려할 수 있는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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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곡물수입관련 자금지원 확대 및 우대다. 민간업체의 원료곡 비축기간 확대를 위한 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1개월 정도의 보관기관을 2~3개월로 늘리는데 드는 이장 등 비용을 보전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중장기적으로 쌀 이외 곡물 비축제도와 연계해야 한다.

넷째, 낭비되는 음식문화를 개선해 소비를 합리화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2009년 1인당 연간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은 102kg으로 연간 쌀 소비량보다 많다. 또한 연간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은 8,000억원으로 2010년 밀 수입액 9,000억원과 비슷하다. 낭비적 음식문화를 개선해 곡물 수입량과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을 줄여 비상시 가격안정을 위한 지원자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수입국 간의 지역적 대응방안으로는 수입국 간 협력을 통한 지역 식량비축제도 및 기금 마련을 들 수 있다. 현재 곡물 수출국의 보호주의로 글로벌 차원에서의 식량비축제도 및 기금 마련은 합의점을 이루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수출국들은 비축량이 늘면 가격과 농가의 소득이 하락해 생산량 감소를 초래한다는 이유로, 비축제도 운영은 과도한 비용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따라서 수입국을 중심으로 수입국 간의 비축제도 및 기금 마련이 필요하다. 아세안(ASEN)+3 비상 쌀 비축제도가 하나의 예시다. 국가에 자연재해가 발생해 정상적인 방법으로 쌀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 각국이 약정한 쌀을 상호 지원하는 제도로 지난 7월 협정이 발효됐다.

개별국가의 정책만으로는 국제곡물가격 상승 대응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다자협의체 및 곡물수출국과 양자 면담을 통해 국제공조를 추진해야 한다. 우선 무역자유화에 따른 국제적 가격전이 효과를 낮추는 방안으로 지나치게 엄격한 WTO 국제무역규칙을 재조정하고, 곡물에 관해서는 고정관세를 변동관세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즉, 수입국의 수입가격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국제곡물 수입단가를 평균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방안으로 국제곡물 수입단가가 낮을 경우 평년 수준 만큼 관세를 높여 기금을 마련, 가격급등에 대응하는 것이다.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정부보조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국제공조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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