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노조 벽에 막힌 현대중공업 합의안

7개월 협상 끝에 마련했지만 조합원 68% 반대로 부결

현대중공업 노사가 7개월간의 협상을 거쳐 마련한 잠정합의안이 노조에 의해 부결됐다. 재협상이 불가피하지만 회사와 노조 집행부 모두 어려운 협상 과정을 거쳐 마련한 안이라 수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7일 지난해 말 제71차 교섭에서 마련한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전체 조합원 1만6,762명 중 1만3,104명이 투표한 가운데 8,901명(67.93%)이 반대해 합의안을 부결시켰다.


회사와 노조 집행부 모두 가결을 기대했지만 일부 현장노동조직에서 잠정합의안이 미흡하다며 부결운동까지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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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에 앞서 권오갑 사장은 지난 6일 오전 출근길 공장 정문 앞에서 "조합원들의 선택으로 회사가 미래로 나가느냐, 아니면 더 큰 혼란 속으로 빠져드느냐가 결정된다"며 "현명한 판단으로 2015년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읍소하듯 전했으나 허사였다.

회사는 잠정합의안 부결 후 "어렵게 마련한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짧은 입장만 내놓았다. 이 이후 재협상 일정 등은 내놓지 못했다. 노조 집행부도 세 차례 파업까지 벌이며 마련한 합의안이 조합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서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재협상을 해야 하지만 현 집행부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간 상황으로 이를 추스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병모 노조위원장은 최근 쟁의대책위 소식지를 통해 "지난해 부족했던 것은 아쉽지만 조합원들의 판단에 맡긴다"며 "잠정합의안에 대한 선택은 조합원 여러분이 하는 것인 만큼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부결되면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12월31일 71차 교섭에서 기본급 대비 2%인 3만7,000원(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인상, 격려금 150%(주식 지급)+200만원 지급, 직무환경수당 1만원 인상, 상품권(20만원) 지급, 상여금 700%를 통상임금에 포함, 특별휴무(2015년 2월 23일) 등에 합의했다. 정년연장과 관련해서는 2015년 1월부터 정년을 60세로 확정하되 임금 삭감 폭을 줄이기로 했으며 사내 근로복지기금 30억원 출연, 노동조합 휴양소 건립기금 20억원 출연안 등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20년 만에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장지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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