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사 환매제한 조치가 떨어지기 무섭게 은행권의 단기 수신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요구불예금과 MMDA 등 초단기성 수신금액이 지난 16일부터 이틀사이 2조원 이상 증가하는 폭발적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일부 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인상을 들고 나옴에 따라 은행으로의 자금역류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그러나 은행권 수신 중 신탁상품은 상품편입이 어디에 돼 있는지 모르는 데 대한 불안감으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투신사 환매제한 이후 방황하는 시중 자금들이 도피처로 은행의 단기성 수신 상품을 찾고 있는데다 고객들의 실적배당형 상품에 대한 깊은 불신감이 은행권에까지 파급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8일 투신사에 대한 환매제한 조치가 떨어진 16일과 17일 이틀사이 은행권의 수신동향을 조사한 결과 한빛 등 12개 은행의 총수신이 2조1,4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수시로 돈을 빼갈 수 있는 요구불예금과 MMDA 등 초단기 상품에만 이틀새 무려 2조857억원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틀 동안 늘어난 은행권 전체 수신증가분(신탁포함)의 97.4%에 달하는 규모다. 신탁을 비롯한 여타 계정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초단기 수신이 보완해주는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빛은행의 경우 요구불예금과 MMDA 두 부문에서만 이틀사이 5,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한때 수신이탈에 고심했던 농협도 두 부문에 3,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집중됐다.
은행권 중 외환은행은 유일하게 요구불과 MMDA 모두 자금이 순감소한 것으로 밝혀져 이채를 띠었다.
정기예금도 실세금리가 가미되는 특판정기예금을 위주로 점차 증가세를 보여 주택은행은 이틀 동안 2,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시장 불안과 특히 투신사 환매제한에 따른 고객들의 불안으로 방황하는 부동자금들이 은행의 초단기 수신으로 유입되는 것같다』며 『그러나 특별한 운용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그리 반가운 현상만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이에 따라 6개월 이상 정기예금의 금리를 인상하는 등 단기자금을 은행의 기반예금으로 유치하는 전략에 착수한 상태다. /김영기 기자 YG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