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매년 10조원 이상의 저출산 대책 재정을 투입하고 있지만 정작 출산율은 5년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의 저출산 예산투입이 실제 출산율을 높이는 데는 효과가 없는 등 겉돌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저출산 예산에 대한 대대적인 재점검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4일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14 보건복지통계연보'에 따르면 2013년 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1.19명을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은 2008년 1.19명에서 2009년 1.15명으로 떨어진 뒤에는 2010년 1.23명, 2011년 1.24명, 2012년 1.30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으나 다시 5년 전인 2008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이는 인구 대체수준(한 국가의 인구 규모를 현상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인 2.1명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복지부 관계자는 "출산율이 낮아진 것은 사회·경제적 환경과 가치관의 변화에 따른 것"이라며 "결혼 연령 상승으로 인한 산모 고령화와 맞벌이 가구가 많아진 데 따른 양육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출산율이 5년만에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정부가 투입하는 저출산 예산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다양한 저출산 대책에 투입한 예산규모는 2011년 7조3,950억원에서 2012년 11조430억원, 2013년 13조5,249억원, 2014년 14조8,927억원 등으로 해마다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의 출산율 장려를 위한 예산투입이 실효성을 보지 못하거나 한계에 부딪힌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원한 한 전문가는 "정부는 출산율 저하 원인으로 틈만 나면 사회·경제적 환경과 젊은 층의 가치관 변화를 입에 달고 산다"며 "출산율 하락원인을 면밀하게 따져 예산이 필요한 곳에 집중 투입하는 노력들이 필요한 데 눈에 보이는 표피적인 대책에만 매몰돼 정작 필요한 곳에 예산투입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불임부부 지원 등과 같은 곳에 더 많은 예산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출산율 하락은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에서 두드러지는 데 이들을 위한 출산율 장려 정책들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5~30세의 인구 1,000명당 출생아수는 65.9명으로 2012년 77.4명보다 11.5명이나 줄었다. 30~34세 역시 전년 121.9명보다 10.5명 줄어든 111.4명을 기록했다. 반면 노령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어서 2013년 유소년인구(0~14세) 100명당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비율인 노령화 지수는 10년 전인 2003년(41.3)보다 두 배 가까이 상승한 83.3을 기록했다. 현재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2017년에는 노령화 지수가 104.1이 돼 고령 인구가 유소년인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