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손발 안맞는 부처·소통 안되는 당정·표에 흔들리는 국회

[MB 4년차 국정운영 파열음]<br>과학벨트등 미뤄 지역 갈등만 초래… 구제역도 부처 혼선으로 사태 커져<br>감사원장 낙마·하도급법 문제등 사안마다 불협화음 양상 늘어<br>종교계 의식 수쿠크법안 연기 등 내년 대선·총선 앞두고 눈치보기




"레임덕은 없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호언에도 불구하고 집권 4년차를 맞아 국정이 흔들리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부처 간 손발이 맞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려 들며 당정의 경우 소통부족과 입장차로 갈등이 곧잘 표출되고 정치권은 종교계와 이익단체의 표에 굽실대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역대 정부가 집권 4~5년차 측근과 친ㆍ인척 등 권력형비리로 국정 장악력이 현저히 떨어졌던 것에 비해 현 정부는 아직까지 대형 스캔들에 휩싸이지 않고 있지만 언제든 국정 추동력이 급속히 떨어질 우려가 있다. 김현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집권 4~5년차에는 국정과제에 너무 욕심내지 말고 순리대로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손발 안 맞고 책임 안 지고=정부가 책임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권한이나 밥그릇은 챙기고 있다. 정부는 과학비즈니스벨트와 동남권 신공항 입지선정을 놓고 각각 과학계의 의견과 경제성을 감안해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결단을 미루는 과정에서 지역 대립이 심각해지는 우를 자초했다. 원칙대로 문제를 풀지 못한 결과다. 저축은행 사태도 사실 공동계정이 정석은 아니다. 구제역도 부처 간 혼선으로 백신 접종시기가 늦어져 문제가 커진 측면이 있다. 최근 국정원 스파이 실패 사건은 국정원과 국방부 간 주도권 싸움 양상에서 표면화됐다는 후문이다. 이 밖에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협력사와 나누는 '이익공유제' 도입 여부를 놓고 정부여당 내에서 나타난 이념대결 양상은 아마추어 같은 모습이다. 반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연장 여부를 놓고 빚어지는 금융 당국(효과적 구조조정 가능)과 법무부(관치금융 망령 연장) 간 입장차이는 금융권과 법조계의 밥그릇싸움이 바탕에 깔려 있다. 영리병원 허용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의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검사권 허용을 담은 한은법도 한은과 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 간 기싸움으로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당정 간에는 소통부족과 입장차로 갈등 곧잘 표출=지난해 6월 세종시 수정안 폐기, 올해말 예산안 파동 과정에서 불교계 등의 반발, 올해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낙마사건과 이슬람채권(수쿠크)법 무산 등 당정 간 불협화음 양상이 부쩍 늘고 있다. 임기 5년차에는 예외 없이 역대 대통령의 탈당 사태가 빚어진 것처럼 당정청 갈등 양상은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당정, 또는 당정청 회동이 부쩍 늘고 있지만 여전히 "당정회의가 좀 형식적이다. 물가ㆍ전세난ㆍ구제역 등 정부 대처가 너무 미흡하다. 내년 4월 총선을 어떻게 치르나(서울 초선의원 K씨)"는 등 당의 불만이 적지 않다. 이는 일방통행식 정치와 소통부족을 "여의도와 거리를 둔다"는 말로 표현해온 청와대와 "내년 총선과 12월 대선은 당이 치른다"는 여당의 입장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을 효과적으로 견인해내야 할 여당의 정책능력 부족도 문제를 꼬이게 하는 한 요인이다. 이러다 보니 하도급법과 통일세 등 당정 간 이견을 건설적으로 풀어갈 동력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당정은 빚에 허덕이는 공기업에는 "올해가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며 낙하산 부대를 마구잡이로 투입해 빈축을 사고 있다. ◇정치권은 종교계와 이익단체의 표에 흔들리고=정치권이 종교계와 이익단체 등의 표를 너무 의식해 어렵게 마련된 2~3월 임시국회마저 겉돌고 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었던 수쿠크법과 세무검증제가 단적인 예다. 보수 개신교계가 "수쿠크법이 통과되면 나라가 망한다"며 종교갈등으로 몰고 가는 상황에서 정치권은 "이슬람 특혜와 무관하다"며 설득에 나서기는커녕 '낙선운동' 위협 앞에 제1ㆍ2당 모두 무릎을 꿇었다. 여당은 그동안 4대강 사업으로 천주교와 불편한 관계이고 지난해 말에는 템플스테이 예산 누락으로 불교계와 갈등이 컸던 상황에서 개신교와는 척을 지지 않겠다는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다. 또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세를 막기 위한 세무검증제는 2ㆍ4일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다뤄질 예정이지만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를 들지만 결국 힘 있는 이익단체의 표 앞에 무력한 국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루 이자만 100억원선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문제에 대해서도 정치권은 "내 지역이 구조조정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며 압력을 가해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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