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단기적 이익보다는 고객들의 만족을 높이는 쪽으로 임직원이 노력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취임 2개월을 맞은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2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직원들이 고객 만족을 위해 노력하고 움직이도록 KPI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며 "현재 KPI를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내년에는 그런 식의 시스템으로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행장은 "내가 강조하는 게 예금하러 온 사람에게 보험, 펀드를 파는 건 은행이 할 짓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경영진이 수수료를 더 벌어오라고 요구하면 은행원은 그런 유혹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도록 KPI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을 비롯한 대다수 은행은 비이자 수익을 내는 카드, 펀드, 보험 등을 판매하면 일반 예금·대출 등 이자수익 상품보다 더 높은 수수료를 얻는다. 그러나 비이자 수익을 늘리려고 무리하게 상품을 권유하는 탓에 '불완전 판매'와 민원 발생으로 이어지곤 했다.
1,000점 만점인 현행 국민은행 KPI는 이런 비이자 수익(110점)이 14개 항목 가운데 두 번째로 배점이 높다. KPI를 개편함으로써 직원들이 고객 이익을 먼저 따지게 하면 민원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는 게 이 행장의 생각이다.
그는 “1원의 수익과 10원의 수익이 나는 상품 중 하나를 고객에게 팔아야 한다고 가정할 때 고객이 원하지 않는데도 내 몫이 많다는 이유로 10원 수익이 나는 상품을 팔면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스토리가 아니다”며 '직원과 고객이 서로 스토리를 쓸 수 있는 금융'을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금융권 일각에서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을 받는 국민은행의 인력과 관련해 “이미 낭비적 요인이 거의 없을 만큼 최소화했다”며 “(인력 감축은) 은행의 가장 기본적인 경쟁력 원천을 손상하면서 수익부터 올리라는 말”이라고 언급, 인력 감축 계획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국민은행의 지점과 직원이 많다는데, 국민은행의 리테일(retail·소매) 비중이 크기 때문에 당연하다”며 “1인당 생산성 지표도 리테일 비중이 큰 은행이 홀세일(wholesale·도매) 비중이 큰 곳보다 낮은 게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의사 결정을 할 때 10년 뒤를 본다”며 “최고경영자(CEO)가 단기적인 욕심을 부리면 성과는 나오지만, 은행은 망가진다. 국민은행은 실제 그런 경험을 여러 번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비롯해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후보로 거론되는 서근우 금융연구원 기획협력실장 등 금융연구원 출신이 금융권 요직을 독차지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얘기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스토리 만드느라 억지로 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다 훑어서 ‘커넥션(connection·연관성)’을 따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며 “심지어 내 부친 실명까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연관지어) 거론됐다. 내가 불쾌한 게 아니라 집안 어른께 민망했다”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