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들이 연이틀 하나로통신(33630)을 대거 매수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2,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에 따른 단기유동성 위기 해소라는 측면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지만 이 보다는 향후 하나로통신을 놓고 펼쳐질 새로운 M&A(인수합병) 시나리오와 지분 경쟁 가능성에 무게중심이 옮겨 가고 있다.
21일 하나로통신은 외국인이 JP모건증권 등을 통해 140만주 넘게 사들이며 전일보다 140원(4.49%) 오른 3,255원을 기록했다. 외국인은 전일에도 모건스탠리증권 창구 등을 통해 229만주를 매수했다. 이틀째 이어진 외국인의 대량매수에 거래량도 평상시 보다 5배 이상 늘어난 1,700만주를 넘어섰다.
이 같은 외국인의 대량 매수세에 대해 증권전문가들은 CB발행에 의한 단기 유동성 위기 해소라는 이유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조성욱 동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봉책에 불과한 CB발행이 외국인 매수의 미끼는 아닐 것”이라며 “매수주체가 파악되지는 않지만 목적이 있는 매수세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승교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CB 발행보다는 중기적으로 하나로통신의 재기를 겨냥해 외국인들이 베팅한 것”이라며 “이틀동안 사들인 372만주, 120억원은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틀째 이어진 외국인의 매수세가 투자차익을 노린 외국계투자펀드의 매수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과거 한솔PCS의 경우 AIG와 벨캐나다가 지분을 확보한 후 막대한 차익을 실현하며 `사업은 실패해도 투자자는 실패하지 않는다`란 전례를 남기기도 했다.
한 외국계투자은행 관계자는 “한국통신시장은 해외투기자본들에게 여전히 드림마켓으로 평가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하나로통신의 경영권을 노린 장내 지분 매집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제일은행의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탈은 하나로통신의 외자유치의 주체로 나서며 경영권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다 최근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이 “하나로통신 경영 정상화를 위해 외자유치가 바람직하다”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도 외국인의 매수세를 부추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하나로통신이 LGㆍSK텔레콤 모두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점에서 유동성 위기로까지 치닫지 않을 것이란 점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중ㆍ장기적으로 주인이 결정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지분 경쟁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hs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