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中企 정책자금 개편 신중을

정부는 최근 중장기국가재정운용계획 수립의 일환으로 중소기업정책자금지원체계를 전면적으로 손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책자금 규모의 적정성, 집행 체계의 효율성, 부실에 따른 재정 부담 등 제도 전반이 재검토 대상이라고 한다. 그 일환으로 얼마 전 기획예산처에서는 ‘정책자금, 중소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주제로 이해당사자들간에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러한 논의의 배경에는 복지 분야는 사회통합을 통해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가되 경제 분야는 민간의 역할을 강화하면서 재정 투자를 구조조정해나간다는 참여정부의 국정 철학과 재정운용전략이 깔려 있다. 정부가 중장기 재원 배분을 정책의 우선순위에 따라 전략적인 방향을 가지고 추진하는 시도는 높이 살 만한 것이라 생각된다. 복지 분야 지출 증대를 가급적 국민 부담으로 연결시키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경제 분야 지출 축소를 추진할 수밖에 없는 관련 당국의 고민도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전략의 당위성만큼이나 전략 실행 방안의 타당성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일도 매우 중요한 일일 것이다. 타당성이 결여된 실행 방안은 정책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정부에서 논의 중인 정책자금지원체제 개편안은 이러한 위험성을 다분히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 재정 지출을 단순히 경제 분야 지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이라는 고용의 측면,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생산적 복지를 위한 지출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 예산을 줄여 복지 예산을 늘릴 경우 중소기업계의 저항이 만만찮을 것이다. 중소기업정책자금지원 기능을 은행권을 중심으로 한 민간시장이 담당해야 한다는 것 또한 현행 금융권의 관행을 볼 때 아직은 섣부른 논의가 아닌가 한다. 단기 수익성과 회수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일반 금융기관과 달리 정책자금은 정책의 방향과 목적에 중심을 두고 집행한다는 점에서 원천적인 차이가 있다. 정책금융이란 기본적으로 일반 금융기관의 시장 실패 부문을 보완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는 일반 금융기관에서 해결할 수 없다는 전제가 내포돼 있다. 단기적인 경제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으나 국가 경제 기여도와 지원사업의 전후방 파급 효과 등 정책적 목적을 추구하는 데 목적이 있는 돈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과연 상업적 목적에 충실한 금융기관이 공공적 목적 달성을 위한 정책자금지원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본적으로 정책자금지원 대상 중소기업의 대부분은 그동안 은행 등 대출 관련 금융기관이 거래를 꺼리는 대상이다. 더구나 오는 2007년도부터 신바젤협약(Basel II) 적용으로 은행은 자산건전성 확보를 위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수밖에 없어 신용위험도가 높은 중소기업 대출은 담보 문제뿐만 아니라 높은 대출 비용을 부담하게 돼 시장 실패 영역은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정책자금과 신용보증이 이중적 지원이라는 논란을 없애고 지원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정책자금과 신용보증을 통합해 일원화하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다. 보증과 정책자금은 지원 목적ㆍ대상ㆍ방법에 차별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 또한 개편 논의에 신중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용보증은 지원 대상을 결정하는 주체가 은행이기 때문에 은행에서 집행할 때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지원받는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도 다양한 유형의 자금 공급원을 확보하게 된다는 측면에서 보증과 정책자금은 통합 운영되기보다는 상호보완ㆍ연계하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정책금융의 부실화에 따른 국가 재정 부담을 어떻게 완화할 것인가도 이번 논의의 초점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언급한 바와 같이 정책자금은 기술 개발, 창업, 사업 전환, 혁신형 기업 등 정책 목적이 뚜렷한 시장 실패 부문을 대상으로 하는 자금이기 때문에 정책 당국에서도 어느 정도 부실 발생을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정책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정부 재정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자금의 적정 부실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중소기업 정책자금 집행기관도 자금이 반드시 필요로 하는 기업에 제대로 흘러들어가고 있는지 옥석을 가리고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 수단과 지속적인 사후 관리를 통해 정책 목적을 달성하면서 부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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