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USA투데이=본지특약] 美 CEO들 '수난의 세월'

'쫓겨나고, 지탄받고, 망신당하고.'미국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최근 자리에서 밀려 나고 사회적으로 지탄 받는 등 수난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부와 사회적 영향력을 한 손에 거머쥐었던 지난 10년 'CEO의 전성시대'가 끝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구직 관련 조사기관인 드레익 모리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미국 357개의 대형기업 CEO 중 57%가 자리를 떠났다. 한때 스타급 CEO였지만 주주들의 지탄을 받으며 퇴출당한 사람도 수두룩하다. 앤더슨의 조셉 베라디노 CEO는 엔론 사태와 관련 물의를 일으킨 뒤 사임했다. 또 맥도널드의 리처드 맥긴 CEO 역시 실적악화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외에도 자크 내서(포드), 덕 잭(프록터 & 갬블), 더우그 아이빙스터(코카콜라), 질 바래드(매텔), 척 코너웨이(K마트) 등 수두룩한 경영자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쫓겨났다.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경영자로 신망받던 잭 웰치도 자신이 일했던 GE의 회계 조작설이 퍼지면서 최근 심기가 불편한 것으로 측근들은 전하고 있다. 또 아내와의 이혼소송이 사람들의 입 방아에 오르내리는 등 구설수까지 휘말리고 있다. 이와 함께 현직에 있는 CEO 중 상당 수도 감독기관ㆍ주주로부터 몰매를 맞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월드컴의 버나드 에버슨. 15개월 전만해도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해주는 최고의 CEO로 평가 받던 그가 최근 회계조작 협의로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조사 받고 있으며, 주가 하락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한때 가장 존경 받던 여성 CEO인 휴렛-패커드의 칼리 피오리나 역시 컴팩과의 합병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 속에서 과거의 명망이 사그러들고 있다. 이 같은 CEO에 대한 주주들의 비난이 거세지고 사회적 인식이 악화되면서 이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2년 전 만해도 CEO들은 주가 상승으로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스톡옵션을 연봉 책정 시 선호했다. 그러나 언제 해고될 지 모르는 최근에는 퇴직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 지를 연봉 계약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CEO들의 수난을 부추긴 가장 큰 이유로 전문가들은 ▲ 주가하락 ▲ 각종 비리사건 연루 ▲ 과다한 연봉책정 등을 꼽고 있다. 구인 관련 조사기관인 크리스티안 & 팀버스의 매리 카플라스는 "주가가 하락하자 경영실적 개선을 약속했던 CEO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주주들이 늘고 있다"면서 "최근 급증하는 CEO 해임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엔론을 비롯한 최근 회계 부정사건이 잇따라 터지고 있는 것도 CEO들의 이미지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슈피겔 카타로그사의 CEO인 멜리사 페이너는 "엔론사태 등이 터지면서 CEO를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혈안이 된 사람들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많은 수 CEO들이 지난해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연봉을 예년보다 많이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들에 대한 인식은 최악의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부정적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CEO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업은 회계 및 실적을 좀더 투명하게 공개하고 CEO는 실적과 연동된 급여를 받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리=장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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