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코드를 뽑으면 경제가 웃어요] 기업 전기 아낀만큼 시장에 되판다

'절약 전기' 상품화… 에너지정책 패러다임 전환<br>기업 참여 유도 위해서는 수익성 확보가 최대 관건<br>중기 설치비용 일부 지원… 선택형 요금제 확대 추진


삼성SDI의 용인 기흥사업장은 심야에 싼 전기를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보관했다가 높은 요금이 적용되는 주간 피크시간대에 사용해 연간 1억2,700만원가량의 전기요금을 아끼고 있다. 앞으로 이 기업은 ESS에 보관했던 전기를 주간에 비싼 값에 전력시장에 되팔 수도 있게 된다.

정부가 18일 발표한 '에너지 수요관리 신시장 창출방안 종합대책'의 핵심은 전기절약분을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새로운 시장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생산하는 전기뿐 아니라 아껴 쓰는 전기에도 대가를 지불하겠다는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하지만 이 사업에 기업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수익성이 얼마나 확보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SS나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설치 등에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전기요금이 지금처럼 저렴한 상태에서는 기업들이 사업에 참여할 동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심야에 모은 전력, 주간에 사용하거나 되판다=정부는 대기업들과 공공기관 등에 ESS 설치를 적극 권장해 ESS를 활용한 피크시간 전력 수요관리 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대기업들이 ESS 설치를 확대해 전기요금이 저렴한 심야시간에 전기를 저장하고 수요가 몰리는 피크시간에 꺼내 쓰면 정부 입장에서는 전력난의 최대 문제인 피크시간대 수요관리가 쉽다.

정부는 이에 따라 계약전력 30만kW 이상인 30여개 대기업 사업장을 대상으로 계약전력의 5% 이상 용량으로 ESS를 설치하도록 권장하고 공공기관 등에도 ESS 설치를 크게 확대하기로 했다. ESS 설치에 따른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아낀 전력을 전력시장에 되파는 재판매도 허용하고 기업들이 고효율 인증을 받은 ESS를 설치할 때는 투자금액의 3~5%도 세액공제하기로 했다.


◇수요관리사업자 전력시장 진출 허용=정부는 또 빌딩ㆍ공장 등 제3자의 전력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수요관리사업자들의 전력거래시장 진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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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지금까지 피크시간대 전력을 감축하고 정부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보조금을 타가는 방식으로 사업을 했지만 앞으로는 하루 전에 열리는 전력거래시장에 직접 진입해 발전자원과 경쟁할 수 있게 된다.

특정 시간대 전력수요가 5,000만kW로 전망된 경우 지금은 발전사로부터 전량 구매해 공급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발전사에서 4,500만kW의 전력을 구매하고 500만kW는 수요관리사업자들이 전기를 아낀 감축분을 구매하는 방식을 쓸 수 있다.

정부는 이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연면적 1만㎡ 이상 공공ㆍ민간 신축건물과 연간 에너지 소비 2,000TOE(석유환산톤) 이상 에너지 다소비 건물에 에너지 사용량을 관리할 수 있는 EMS 설치를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EMS가 설치돼야만 수요관리사업자들의 사업영역이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투자여력이 부족한 중견ㆍ중소기업에는 초기 투자비용의 50%까지도 EMS 설치비용을 지원할 방침이다.

◇선택형 요금제 확대 통해 수익성 확보해줄 것=문제는 기업들이 얼마나 참여할지 여부다. ESS나 EMS의 경우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드는 반면 전기요금은 여전히 저렴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 사업의 경제성이 크게 높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 삼성SDI 기흥사업장의 경우 ESS 설치비용이 12억원 넘게 투입됐기 때문에 현재 구조에서는 10년 이상 운용해야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경부하와 최대부하 시간대 요금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선택형 최대피크요금제(CPP)'를 확대해 ESS 설치 등에 따른 수익성을 보전해줄 방침이다.

현재 산업용 요금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계시별 요금제는 경부하와 최대부하 사이의 요금차이가 최대 3배 수준이지만 CPP는 5배 이상 벌어져 경부하 때 전력을 아껴 최대부하 때 쓴다면 더 큰 수익이 창출될 수 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수요관리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피크시간 요금을 크게 높이는 전기요금 개편을 10월 중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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