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거래 비밀보장 안된다(침체증시 왜 이러나)

◎실명제에 고객비밀 “실종”/투자 하루만에 신분노출 “증시 기피증”/거액자금 외국증권사 선호추세 확산주가지수가 연중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주식시장이 붕괴되고 있다.정부가 은행금리를 인하시키고 근로자 주식저축이 실시 됐어도 시중 부동자금은 주식시장을 외면하고 있다. 증권전문가들은 현 주식시장이 ▲경기악화 ▲수급불균형 등 표면적으로 나타난 악재외에도 여러 요인들에 의해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주식시장이 장기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알려지지않은 요인들을 시리즈로 짚어본다.<편집자주> 「금융거래 비밀보장 실종됐다.」 최근 주식시장에 자금유입이 안돼는 주요 원인은 수급불균형 등 구조적인 문제점도 많지만 무엇보다 주식거래에 대한 비밀보장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금융실명제 실시로 주식거래 대상자를 실명화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실명거래 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거래대상자의 비밀은 전혀 보장되지 않아 주식시장에 시중 부동자금들의 유입을 차단 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거액자금들은 자신의 거래내역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꼬리를 감추기 마련이어서 특히 금융거래가 보장되지 않는 주식시장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최근 증권사 영업직원에게 가장 큰 투자정보는 누가 얼마의 자금으로 어느 종목에 투자하고 있느냐는 것』이라며 『능력을 인정받는 증권사 영업직원들중 상당수는 거액의 자금이 들어오면 모든 정보망을 가동해 전주가 누구이며 무슨 종목을 사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한다』고 귀띔한다. 고객들의 금융거래사실을 보호해야할 직원들이 투자정보를 얻기 위해 이의 내역을 일일히 파악하는 것이다. 실제 J모(44)씨의 경우 올 3월말 외국인 주식투자한도 추가 확대 직전에 10억원가량의 여유자금을 주식시장에 투자했다가 한달도 안돼 투자자금을 회수했다. J씨와 친분이 있는 D증권 K부사장은 『J씨가 주식에 투자한 지 일주일쯤 지나니까 누가 무슨 종목을 매집하고 있다는 소문이 증권가에 번지는 것을 보고 쓸데없는 구설수에 휘말릴까 두려워 보유 주식을 매각했다』고 전했다. K부사장은 『개인투자자가 억대의 구좌를 개설할 경우 심하면 장중에도 자금실체에 대한 비밀이 증시에 유포된다』며 『거액 자금이 주식시장에 유입될 경우 어느 증권사 어느 지점이라는 정도의 정보는 증권관계기관을 통해 쉽사리 얻을 수 있어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거래내역은 비밀 보장이 어렵다』고 실토했다. 증권전문가들은 과거와 달리 거액투자자들이 국내 증권사보다 외국계 증권사를 선호하는 것도 바로 외국계 증권사의 고객거래 비밀보장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증권기관 등 주식시장에 종사하는 모든 관련자들이 고객들의 거래비밀을 철저히 지켜주는 금융거래 비밀보장이 지켜지지 않는 한 시중 부동 자금의 주식시장 유입은 어려울 것』이라며 금융실명 실시 전제 조건인 거래 비밀 보장이 철저히 이행되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김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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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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