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중은행의 프라이빗뱅커(PB)들은 말 그대로 '대목'이다. 저금리 시대가 장기화하는 국면에서 정부의 메머드급 세법 개정안까지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자산가들의 문의가 빗발치기 때문이다. 좋은 말로 대목이지 실상은 몸살을 앓고 있다는 표현이 맞다. 이런 때일수록 PB들의 실력 차가 확연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대형 시중은행의 강남 소재 지점에 있는 한 PB는 "20년 은행원 생활 동안 요즘처럼 부자들이 안절부절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PB는 "정부의 법이 워낙 빠르고 많이 바뀌어 법규를 공부하기 위해 며칠 밤을 꼬박 세워야 할 판"이라며 "조금의 빈틈이라도 보이면 고객들이 금방 알아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대형 시중은행의 PB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를 고민한다.
주인공은 KB국민은행. 오는 2월2일 경기 일산 국민은행 연수원에 200여명의 이 은행 PB들이 모두 모인다. 세제 개편으로 폭주하고 있는 고객 컨설팅 응대만으로도 촌음이 아쉬운 이들이 한곳에 집결하는 이유는 바로 스위스 PB전문은행 롬바르 오디에의 자산관리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서다.
이날 빈센트 듀하멜 아시아 총괄대표 등 롬바르 오디에 관계자들은 경제전망 및 투자전략 등의 강의에 나선다. 지난 연말 국민은행이 롬바르 오디에와 PB사업 분야에 대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후 첫 행보다.
금융회사의 핵심 인재들이 때아닌 '열공 모드'에 들어갔다.
불황과 저금리로 고액 자산가들의 수익률 맞추기가 버거운 차에 글로벌 금융회사로부터 자산관리의 정수를 빼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국민은행은 향후 우수 PB를 선발, 이들을 연내 롬바르 오디에 본사가 있는 스위스로 연수도 보낼 계획이다. 자산관리 경쟁력이 곧 금융회사의 위상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PB들에게 동기 부여를 자극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우리은행도 가문 자산 관리로 명성이 높은 영국의 로스차일드와 PB업무 제휴를 숙고하고 있다. 국내 PB산업도 개인에서 가문 자산 관리로 무게중심이 옮겨 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지 작업 차원에서 지난해 10월에는 로스차일드 본사 임원이 방한해 영업 노하우와 상품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기도 했다.
한 금융지주사 임원은 "은행마다 수익기반 강화 차원에서 PB사업부를 키우면서 내부적으로 가장 유능한 직원들이 이쪽에 배치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자 고객의 맘을 훔치기 위한 특화된 노력은 보험사도 예외가 없다.
삼성생명은 국내 거부들의 수익률 갈증을 해갈하기 위해 지난해 말 UBS글로벌자산운용 A&Q와 손잡았다. 최근에는 UBS 관계자가 삼성패밀리오피스에서 고객을 상대로 세미나를 열어VVIP 텃밭에 씨를 뿌리기 시작했다. 삼성생명은 앞으로 UBS 측과 직원교류 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대형 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고액 자산가 확보 경쟁이 전방위적으로 가열되면서 이들에 대한 서비스도 건강검진, 사내 행사 초대 등 부차적인 것에서 실질적인 수익률로 보답하려는 차원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