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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성내동에 위치한 거산 서울사무소. 정수기 제조를 주력 사업으로 펼치는 것으로 알려진 거산의 김길호(58ㆍ사진) 대표의 손에는 특이하게도 '의학생리학' 책이 들려 있었다. 거산이 단순히 수돗물을 정화하는 정수기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알칼리 이온수 등 이른바 '기능수(水)'를 만드는 중소기업이라는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김 대표는 "지금처럼 불황일 때 일반 정수기를 만들어 팔았다면 회사가 어려움에 빠졌겠지만 건강에 도움이 되는 물을 만드는 제품을 팔다 보니 불황을 걱정해 본 적조차 없다"며 "거산의 대표 이온수기 브랜드인 '헥사곤'의 경우 정수기가 아닌 의료물질생성기로 분류돼 판매될 정도"라고 소개했다.
거산은 김 대표가 지난 1983년 창업해 무려 30여년간 정수기 전문회사의 길만을 걷고 있는 강소기업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원으로 일했던 김 대표가 물 연구에 빠져 들면서 육각수를 만들어보겠다는 목표로 세운 회사다. 거산은 창립 초기만 해도 국내에서 정수기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져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렸다. 이 때문에 지금도 해외 매출이 전체의 90%에 이르며 유럽, 아시아, 북미, 남미, 호주 등 전세계 50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웅진, 청호나이스 등 대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반대로 거산의 명성이 더 높다는 것.
김 대표는 "거산은 정수기 부문에서는 그야말로 원조격인 회사로 아프리카를 제외하면 전세계에 팔리지 않는 지역이 없다"며 "거산은 정수기 제조의 전 과정을 다 해낼 수 있는 기업이고 지금도 대표인 내가 직접 연구ㆍ개발(R&D)을 지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산은 특히 지난 2010년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정부로부터 1억1,500만원을 지원 받아 수도직결식 수소환원수 정수기인 헥사곤을 개발, 태국ㆍ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이른바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헥사곤에 대한 수출액만 지난해말까지 1,100만 달러에 이르며 100여명에 불과했던 경기도 광주 공장 직원도 이 제품의 성공에 힘입어 현재 147명까지 늘었다. 정부 지원과 기업의 노력이 함께 맞물려 수출 증대와 고용창출 효과를 이끈 전형적인 사례다.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사업은 제품 수요처의 경쟁력이 확인될 경우 여기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을 정부가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수요처가 보통 대기업ㆍ공공기관인 경우가 많지만 거산은 수출기업답게 해외업체가 대상으로 인정받았다. 거산 헥사곤의 수요처로 인정받은 곳은 말레이시아 재계 5위그룹인 버자야의 유통계열사, 코스웨이다. 거산은 코스웨이를 통해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지역에 헥사곤을 납품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유럽 등 다른 지역에도 활발히 수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인체 노화는 산화과정 때문에 생기는 것인데 헥사곤은 알칼리 이온수 생성기기 때문에 건강에 좋아 인기가 많다"며 "헥사곤은 5억원 이상을 투자해 7개월간 개발한 제품인데 그 과정에서 정부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예전부터 시장 수요를 철저히 파악하고 판로부터 개척한 뒤 생산에 들어가기 때문에 실패하는 제품이 거의 없었다"며 "동남아시아의 경우 소득 수준이 낮지만 수질이 나쁘기 때문에 수요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가 최근 들어 가장 눈여겨보는 시장은 다름 아닌 중국이다. 이미 중국 전문직원도 사내에 두고 있으며 중국 수요에 맞춘 신제품도 개발 단계에 들어섰다. 현재 10%가 채 안 되는 중국 매출 비중도 매년 10%포인트씩 올려 전체의 50%까지 높인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중국시장을 개척하지 못하면 전세계 시장의 큰 부분을 잃는 셈"이라며 "게다가 최근 들어 중국인들의 소득 수준이 빠르게 높아지는 만큼 중국시장은 반드시 진출해야 할 곳"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아울러 거산을 세계 최고의 기능수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경영목표를 제시했다. 전세계 소비자들이 기능수기를 생각할 때 제일 먼저 거산을 떠올릴 정도로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헥사곤의 경우 출시 2년이 넘었는데 아직까지도 복제품이 나타나지 못할 정도로 거산의 기술력은 높다"며 "거산을 세계적 브랜드로 키우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