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이 다시 시작됐다. 지난 13일 관광객을 태운 설봉호가 속초항을 다시 출발한 데 이어 오는 9월 1일부터는 육로를 이용한 관광도 새로 시작된다. 남북관계의 미묘한 변화가 있을 때마다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금강산 관광은 일부 논란이 있긴 하지만 통일을 향한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반기부터 금강산을 찾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개방되지 않았던 세존봉에도 올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동석동을 지나 구룡연으로 빠지는 코스가 다였지만 북한이 오는 9월부터 세존봉 정상 등반을 허용하기로 했기 때문. 만물상, 구룡폭, 해금강ㆍ삼일포 코스에 이어 네번째로 개방되는 세존봉 코스는 등산객들의 발길이 뜸했던 만큼 원시의 자연을 자랑한다. 등산과 함께 1시간여 지속되는 금강송(또는 미인송) 숲길은 누런 황토빛 껍질에 싸인 키 큰 소나무가 내뿜는 신선한 향기로 등산객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새총나무, 항문바위 등 이상야릇한 형상의 수목들과 이름모를 갖가지 꽃들 역시 금강산의 숨은 비경을 그대로 보여준다.
`외금강의 중심`인 세존봉은 해발 1,132m로 최고봉인 비로봉(1,638m)은 물론, 주변의 여러 봉우리보다 낮긴 하지만 금강산 일대를 모두 조망할 수 있는 탁트인 시야를 제공한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동쪽으로 해금강, 서쪽으로 비로봉, 남쪽으로 채하봉(1,588m), 북쪽으로 오봉산(1,263m) 등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는 게 북측 안내원의 설명이다.
지난달말 일행이 금강산을 찾았을 때는 세존봉은 한치의 시야도 허용하지 않는 짙은 운무에 싸여 있었다. 혹시 비로봉을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조바심을 냈으나 봉우리는 커녕 눈앞의 절벽길도 분간하기 어려웠다. 정상 바로 직전 육중하게 버티고 있는 바위절벽은 아슬아슬한 350여개 계단으로 된 사다리를 네발로 기어야 겨우 오를 수 있다.
내려오는 길에 마주친 구룡폭포는 그나마 지친 여행객들의 위안이 되었다. 전체 150m의 두꺼운 화강암 절벽에 82m짜리 물기둥을 시원스레 내리 꽂는 구룡폭포는 아름답다기 보다 차라리 장엄하기까지 했다. 구룡폭포는 개성의 박연폭포, 설악산의 대승폭포와 함께 한국의 3대 명폭으로 꼽힌다. 조금 아래 있는 비봉폭포 역시 눈부시게 부서지는 물줄기가 창공을 나는 한마리 봉황을 연상케 하며 금강산의 신비를 더한다.
최고봉인 비로봉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주려는 듯 북측 안내원이 살짝 말을 건넨다. “오늘 비로봉을 못봤다고 너무 서운해 하지 마시라요. 금강산은 정상을 볼 수 있을 만큼 맑게 개인 날은 일년에도 얼마 되지 않지요. 오늘 못 본 것은 다음에 또 한번 더 오시라는 뜻 아니겠소?”저녁 늦게 하산길을 재촉하는 숲길 옆으로 신계천이 졸졸졸 맑은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었다.
<여행메모>
◇등산ㆍ관광=금강산 관광의 기점은 온정각. 세존봉 코스는 온정각에서 신계천~동석동~세존봉~구룡폭~온정각으로 이어지는 길로 약 20km(차량이동 제외)나 돼 어른(8~9시간)도 쉽지 않다. 노약자나 가족단위라면 만물상(왕복 4.1km)이나 구룡폭(8.4km)이 권할 만하다. 해금강과 삼일포는 버스로 약 30분이면 닿는다. 여행객들의 피로를 풀어 줄 금강산 온천(사진)도 온정각 주변에 있다. 올해 문을 연 금강산 해수욕장은 해금강 호텔 주변에 있다.
◇교통ㆍ숙박ㆍ식사=현대아산이 주관하는 패키지를 이용한다. 속초에서 출발하는 설봉호가 북한의 고성항에 닿는다. 9월부터 시작되는 육로관광은 남측 통일전망대에서 들어간다. 해금강 호텔이나 선내에서 숙박하고 조식이 딸려 나온다. 금강산 온천(10달러/1인), 교예단 공연(35달러), 온정각 식사(9달러)는 별도다. 북측이 직접 운영하는 금강원(25달러)에서는 짤대(우럭 종류의 손바닥만한 바다물고기)나 털게, 토종 돼지고기구이를 맛볼 수 있다. 패키지 가격은 9월부터 2박3일 성인기준으로 45~54만원에서 27~35만원으로 인하된다.
◇여행 문의 및 예약=현대아산 관광사업부 02-3669-3000.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