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침해소송에서 변리사의 소송대리 허용 여부는 오랫동안 논쟁거리였다. 특허 사건은 기술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가 필요해 기술적 쟁점과 법적 논리에 대해 변론을 할 수 있는 전문가인 변리사의 소송대리 권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특허침해소송은 변호사와 변리사가 업무제휴 등 분업구조를 형성해 전문성을 보강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했지만 변호사가 단독으로 소송대리 권한을 가져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됐다. 10여년 전부터 특허침해소송에서 변리사의 공동대리를 허용하기 위한 변리사법 개정 노력도 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국회 논의과정에서 좌절됐다.
헌법재판소도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2012년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이 제한되는 것은 입법재량으로서 정당하므로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같은 해 대법원은 변리사에게 허용되는 소송대리의 범위는 특허심판원의 심결취소소송으로 한정된다고 판시했다. 이로 인해 변리사의 공동대리 참여에 필요한 근거가 만들어질 가능성은 줄어든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특허 이슈와 관련해 기술의 실체적 내용이나 특허법 등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전문가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변리사의 공동대리가 현실적으로 힘들다면 다른 측면의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일반적으로 특허침해소송이 제기되면 소송을 당한 상대방은 특허무효심판이나 권리범위확인심판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특허심판은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특허심판원에서 진행되며 대리인으로는 변리사가 선임된다. 그런데 동일한 특허와 관련된 특허침해소송과 특허무효심판이 동시에 진행되면 간혹 특허심판원의 무효심판 결과와 관계없이 법원의 침해소송 결론이 정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특허가 무효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와중에 특허가 침해됐다는 판결이 내려진 셈이다. 만약 특허가 무효라면 그것이 침해됐다는 판결은 아무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 특허 효력에 대한 전문적인 고찰이 먼저 이뤄져야 함에도 현재는 민사소송과 특허심판의 두 영역이 효율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필자는 특허침해소송이 진행될 때 동일한 특허에 대한 무효심판이나 권리범위확인심판의 결과를 기다리는 절차를 제도화했으면 한다. 특허 무효 여부를 확인한 후 침해 여부를 논하는 것이 논리적으로도 바른 순서다. 특허침해소송에 필요한 기술적인 전문성에 대한 판단을 특허무효심판에서 필수적으로 다루면 대리인으로서 변리사의 역할도 강화될 것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계속 매달리기보다는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행정절차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대리인의 전문성도 강화하는 방안으로 특허침해소송과 특허심판의 관련 절차를 재정비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