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휴대폰 강국, 그 비결] 조병덕 부사장 인터뷰

"인터넷 커뮤니티 자주 방문 휴대폰 마니아 반응 살펴요"<br>연구원들'최고' 자부심 바탕 창의적으로 일하는게 경쟁력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주 들어가 휴대폰 마니아들이 올린 게시물과 댓글 등을 관심있게 봅니다. (삼성전자가 비판받을 때는) 좀 답답하기도 하고, ‘역시 소비자가 무섭구나, 더 잘해야겠구나’하는 생각을 많이 하죠.” 삼성전자의 휴대폰 연구개발(R&D) 사령탑인 조병덕(50) 부사장은 최종 소비자들의 반응을 읽는 데 적지않은 시간을 투자한다. 온갖 산고를 겪으며 태어난 휴대폰 하나하나가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젊은 네티즌들의 생각에서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1세대 아날로그 휴대폰을 거쳐 2세대(CDMA) 디지털 휴대폰, 3세대(WCDMA) 화상전화 휴대폰에 이르기까지 세계를 주름 잡아온 애니콜 휴대폰은 이처럼 소비자의 마음을 세심히 살피는 장인(匠人)의 손끝에서 빚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연구개발 부문이 갖고 있는 최대의 강점으로 ‘자부심’을 꼽는다. 세계 최초의 제품을 가장 뛰어난 품질로 만들어낸다는 ‘월드 퍼스트, 월드 베스트’는 삼성전자 연구원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있는 구호이자 일종의 사명감이다. “우리 연구원들은 맡은 과제를 스스로 관리하는 자세가 몸에 배어 있습니다. 누가 일하라, 쉬어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출퇴근 시간을 정하고 자신의 리듬에 맞춰 일을 합니다. 우수한 인재들이 ‘최고’라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일을 하는 것, 이것이 바로 경쟁력입니다.” 지난 84년 삼성전자에 합류한 조 부사장은 무선사업부 근무만 22년째다. 그의 손을 거쳐간 애니콜 휴대폰이 수백종에 달하지만 그 중 가장 애착을 느끼는 ‘자식’은 지난해 세계최초로 첫 선을 보인 위성DMB 휴대폰이다. 고속 이동 중에도 고화질의 위성방송을 끊김 없이 시청할 수 있는 이 제품은 통신과 방송이 융합되는 시금석으로도 큰 관심을 모았었다. “핵심 칩이나 소프트웨어 모두 처음으로 개발하다 보니 위성DMB 사업자인 TU미디어와 함께 수없이 많은 필드 테스트를 치르느라 고생깨나 했죠. 위성이 쏘는 방송전파와 중계기(갭필러)의 전파가 서로 혼선을 일으키는데, 한 발짝 움직일 때마다 수신상황이 바뀌더라고요.” 조 부사장은 휴대폰 연구개발의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은 ‘타이밍’이라고 믿는다. 요즘 각광 받는 MP3폰은 지난 2000년 출시했지만 당시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카메라폰 역시 90년대말 개발했는데도 출시조차 하지 못했다. TV폰ㆍ워치폰 등도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진 케이스. 모두 시장의 타이밍에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쟁사인 노키아ㆍ모토로라보다 연구원 숫자는 적습니다. 하지만 자원(리소스)이 많아야 선발주자를 앞지를 수 있는 건 아니죠. 효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해 적기에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일기당천(一驥當千)의 신념으로 세계정상의 단말기 업체를 꿈꾸는 조부사장의 신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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