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가 미국 달러화에 대해 빠른 속도로 상승 흐름을 타면서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금리차를 활용해 운용됐던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엔화 환율은 지난 9일 뉴욕시장에서 1달러당 110.66엔으로 마감, 지난 2006년 5월 이래 1년 반 만에 최저(엔화 가치는 상승)를 기록했다. 지난주 엔화는 달러에 대해 3.7%, 유로에 대해 2.6% 상승했다. 엔화 가치 상승은 한국 원화 상승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던 엔화가 지난주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세계 주요 금융기관들이 엔화 강세 전망을 동시다발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미국 씨티그룹은 이달 중 엔화가 1달러당 108엔까지 강해질 것으로 전망했고 영국의 바클레이스은행과 미국 리먼브러더스도 내년 말까지 100엔까지 갈 것으로 전망했다.
엔화 가치 상승은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역류를 자극한다. 글로벌 자금은 강세 통화로 움직이기 때문에 그동안 금리차를 활용해 수익성 높은 곳에 투자한 펀드매니저들이 엔화 강세가 빠르게 진행될 때 캐리 트레이드를 풀 가능성이 크다.
엔화 강세의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미국이 금리를 두 차례 인하함에 따라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엔캐리 트레이드에 부정적인 조건이 형성된 것이다.
둘째, 미국발 ‘제2차 금융위기설’이 고개를 들면서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쏠리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은행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했다가 본 손실을 처리하기 위해 연일 추가 대손상각 발표를 하는데다 일부 은행의 유동성 위기설이 나도는 가운데 리스크가 높은 시장에 투자된 자금들이 미국 재무부 채권(TB) 등으로 쏠리고 있다. 일본 엔화 시장도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일본 은행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물리지 않았고 미국과 유럽에 비해 부실 위험에 덜 노출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급격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 상태에 있기 때문에 상당기간 금리를 동결하고 미국과 유럽도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여전히 상당폭의 금리 갭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