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9ㆍ11 테러를 당해 미국이 위기에 빠져 있을 때 앨런 그린스펀(사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의장은 차분함을 잃지 않고 신속한 판단을 내려 시장을 빠른 시일에 정상화시킨 것으로 6년만에 공개된 자료에서 밝혀졌다. 월스트리트 저널지는 FRB가 공개한 2001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그린스펀 당시 의장이 경기침체, 주식시장 붕괴, 그리고 9ㆍ11 테러 등 3대 악재에 직면해 시장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2001년 미국 경제는 디플레이션 위기에 직면해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FOMC 관리들은 금리 인하 여부와 인하 폭에 대해 이견을 보였다. 그러다가 9.11 테러가 터졌다. 테러 이틀 후인 9월 13일 그린스펀은 “이 충격적인 사건은 명백하게 부정적인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고 그로부터 나흘 후에 FRB는 기준 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그린스펀은 “이익 전망을 살펴보았을 때 디플레이션 압력이 금새 끝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2001년 6.5%에서 11번의 인하를 거쳐 그 해말 1.75%로 내려 앉았다. 그의 놀라운 처방은 제대로 영향력을 발휘했다. 2001년의 경기 침체는 역사상 상당히 온건한 편에 속했고, 디플레이션은 나타나지 않았다. 기록적인 초저 금리로 주택경기 붐이 일면서, 붕괴된 주식 시장을 상쇄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그 해 말 그린스펀은 “만약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자료를 보고, 동일하게 불안정한 상황의 영향을 받았더라도 내리막길로 치닫지 않기 위해 우리는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