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4월 30일] 세계화의 동반자, 말레이시아

얼마 전 이곳 쿠알라룸푸르를 방문한 한 지인은 도심에 조화롭게 늘어서 있는 마천루들을 보고 ‘열대의 맨해튼’ 같다고 표현하면서 예기치 못한 말레이시아의 발전된 모습에 놀라움을 표시한 적이 있다. CNN을 타고 세계 곳곳에서 접하게 되는 ‘Malaysia, Truly Asia’ 광고에 익숙한 외국인들에게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에 있는 자원이 좀 있는 관광국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듯하다. 그러나 말레이시아를 한번이라도 방문한 적이 있는 외국인들은 놀랍게 발전된 안전하고 살기 좋은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무엇이 그들의 인식을 새롭게 바꿔놓았을까. 먼저 말레이시아는 저명한 미국의 경제학자가 ‘Malaysia Miracle’ 이라고 칭송할 만큼 다양한 갈등 요인을 극복하고 정치ㆍ사회적 안정 속에 남들이 부러워하는 경제발전을 이룩해냄으로써 우리들을 놀라게 한다. 또 말레이계(58%), 중국계(25%), 인도계(7%), 그리고 원주민(10%) 등으로 이뤄진 말레이시아의 다양한 인구구성은 수천년 동안 단일민족으로 살아온 우리에게는 매우 특이하게 다가온다. 이렇게 다양한 민족들이 서로에 대해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를 갖고 평화롭게 살고 있는 것은 더욱 인상적이지 않을 수 없다. 각 민족이 자신들의 음식ㆍ종교ㆍ복식ㆍ언어 등 고유의 문화를 지켜가면서 또 서로를 존중하면서 말레이시아의 국민으로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민족이 함께 살아가다 보니 말레이시아에서는 민족 간 의사소통을 위한 유용한 수단으로 영어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도 세계화시대 속에서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영어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덕분에 외국인들은 쿠알라룸푸르에서 영어로 생활을 하는 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말레이시아인들의 개방적 자세와 영어구사능력은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말레이시아 정부가 대외개방을 적극 추진하고 세계화에 능동적으로 동참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국제적인 교육의 허브’를 중ㆍ장기 비전으로 내세운 말레이시아 교육 당국은 현재 말레이시아에서 공부하고 있는 100여개국 출신 5만여명의 유학생 규모를 오는 2010년까지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런 좋은 여건 때문에 3,000명이 넘는 우리 청소년들도 이곳으로 유학을 왔다. 또 말레이시아 관광청은 MM2H(Malaysia My Second Home)라는 프로그램으로 외국인 은퇴 이민자들을 자국에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최근 우리 국민들의 이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대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지난해 이용한 사람은 영국과 일본에 이어 한국이 세 번째로 많았다. 또 우리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지난해에 해외에서 부동산을 취득한 건수는 미국에 이어 말레이시아가 두 번째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굴뚝 없는 미래산업’으로 불리는 관광산업의 육성에도 적극적이다. 그 결과 지난해는 말레이시아 인구의 80%에 해당하는 2,100만여명의 외국인이 말레이시아를 방문했다. 우리 국민의 말레이시아 방문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지난해에만 해도 22만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쿠알라룸푸르를 상징하는 페트로나스 쌍둥이 빌딩 앞을 지나다 보면 짧은 반바지에 티셔츠를 걸친 서양 여행객들과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천으로 감싼 중동 여행객들과 더불어 우리 국민들도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경제 역시 능동적인 개방정책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분야이다. 말레이시아는 천연자원 위주의 1차 산업에서 제조업 중심의 수출 주도형으로 경제구조를 전환해왔으며 전자 및 자동차 산업을 전략적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Multimedia Super Corridor’ 및 ‘Bio Valley’라는 첨단과학기술단지를 건설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첨단기술과 경영기법 학습 및 고용안정을 추구하고 있다. 또 인프라에 대한 집중투자와 비즈니스 환경 개선으로 다국적 기업의 지역본부 및 물류센터를 집중 유치하고 역내 중계 무역항으로 거듭나고자 노력하고 있다. 금융분야에서도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금융의 허브’라는 원대한 비전을 갖고 한걸음씩 세계 속으로 나아가고 있다. 최근 유가상승으로 풍부해진 중동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ㆍ쿠웨이트ㆍ카타르의 이슬람 금융기관을 유치했다. 또 지역개발 프로젝트에 중동자본을 끌어들이는 등 부동산 분야의 외국인 투자까지 이슬람 금융방식으로 적극 끌어들이고 있다. 아울러 말레이시아의 기업들도 전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던 쌍둥이 빌딩에 본사를 두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국영석유기업 페트로나스(Petronas)는 지난 2007년 포춘지 선정 글로벌 121위 기업으로서 전세계 22개국에서 총 58건의 석유가스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듯 말레이시아에서는 인적자원ㆍ국가정책ㆍ기업경영 등 각 방면에서 국제화ㆍ세계화를 주도하기 위한 움직임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동방정책(Look East Policy)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을 배우고자 노력했던 말레이시아가 실상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커다란 경쟁력과 잠재력을 갖추고 선진국 대열을 향해 도약하고 있는 것이다. 2010년은 한국과 말레이시아 양국은 수교 50주년이다. 양국 관계가 한 차원 도약하는 전기를 맞고 있는 이때 우리는 무한경쟁 속에서 빠르게 부상하고 있는 경쟁자로서, 그리고 세계화의 거친 바다를 헤쳐나가기 위한 동반자로서 말레이시아를 정확하게 인식해 윈윈하는 전략적 차원에서의 중ㆍ장기적 협력을 추구해나가야 하겠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