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한국의 헬리콥터맘


백화점 개점 시각 10시 반, 문이 열리면 휘황찬란한 불빛 아래 정돈된 매장에서 직원들은 깨끗한 복장과 환한 미소로 고객을 맞는다. 하지만 고객에게 최상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노력이 상당히 필요하다. 개점 시각보다 두 시간 먼저 나와 청소 및 재고 체크, 회의, 간단한 트레이닝, 아침 체조 등 사소하게 보이지만 매우 중요한 일들이 이루어진다.


하루는 친분 있는 화장품 회사 지사장으로부터 웃지 못할 이야기를 들었다. 그날도 서울 시내 대형 백화점에 있는 그 회사의 화장품 코너에서는 이 같은 영업 전 아침 준비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매장 매니저가 갓 들어온 신입 여사원에게 판매에 필요한 집기를 청소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잠시 후 여사원은 사라졌고 한참을 보이지 않았다. 한 시간 후 매우 흥분한 중년 여성이 나타나 다짜고짜 매니저의 뺨을 때렸다. 갑작스레 봉변을 당한 매니저에게 중년 여성은 자신이 바로 그 신입사원의 어머니이며 애지중지 키운 금지옥엽 외동딸에게 감히 어떻게 걸레질을 시킬 수 있느냐고 마구 폭언과 욕설을 해댔다. 매니저뿐 아니라 브랜드 본사 팀 역시 크나 큰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고 향후 직원 관리와 지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딜레마에 빠졌다고 한다. 자식에 대해 물불 안 가리고 열성인 어머니, 정도를 벗어나 지나치게 자녀에게 애정을 쏟는 이들이 우리 주변에 많은 현실 앞에 앞으로 어떻게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지 고민이 앞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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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와 유사한 이야기를 한 대기업의 인사 중역에게서도 들었다. 그 회사는 매년 연말에 인사고과를 시행하는데 한 직원 어머니로부터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자기 자식이 인사고과 등급으로 D를 받았는데 자식의 역량을 고려했을 때 그 결과에 승복할 수 없으며,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인사고과의 기초자료를 공개하지 않으면 잘 알고 있는 윗선에 지금의 상황을 진언하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는 것이다. 가까스로 설득해 그 상황까지 가는 것은 막았으나 이러한 세태가 너무나 황당하고 이해가 안 간다며 매우 씁쓸해 했다.

신조어 중에 자식의 주위를 맴돌며 학교뿐 아니라 직장, 심지어 결혼 생활까지 무리하게 끼어들고 감 놔라, 배 놔라 참견하는 어머니를 지칭하는 '헬리콥터맘'이란 말이 있다. 한 가정에 자식이 하나 혹은 많아야 둘인 요즘, 자식을 위해 온 정성을 쏟는 것은 이해하나 이 같은 양육 태도가 자식의 미래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모든 부모에게 자식은 더없이 소중한 존재다. 다만 함께 생각해야 할 것은 부모가 죽은 뒤에는 자식들이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며,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생전에 스스로 주체적인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연습을 시켜 주고 그런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위대한 유산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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