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편법 상속∙증여 의혹이 불거진 태광그룹을 전격 압수수색하자 검찰의 본격적인 대기업 사정수사로 연결될지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미 서너 곳의 기업이 추가로 검찰 사정 리스트에 올라 있다는 이야기까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어 재계가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서울서부지검은 13일 태광그룹의 불법 상속 ㆍ증여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서울 장충동 태광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호진(48) 태광그룹 대표이사가 계열사의 신주를 저가에 발행하는 등의 편법을 이용해 아들 현준(16)씨에게 그룹의 지분을 상속하려 했다는 의혹과 과련해 압수수색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올 하반기 들어 검찰 등 사정기관은 주요 대기업 수사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지난 7월 이후 사정기관이 압수 수색한 그룹 또는 기업만 해도 우리은행, 대우조선협력사(임천공업), 한화그룹, 태광그룹 등 네 곳이나 된다. 롯데건설과 아주캐피탈의 경우 국세청의 고강도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내부 고소ㆍ고발 사건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신한은행을 포함하면 검찰 등 사정기관의 재계 수사는 전방위 압박에 가깝다. 검찰 안팎에서는 최근 대검 중수부가 한화그룹 비자금 의혹과 신한 사태 등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대기업 사정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검 중수부의 경우 서울서부지검에 수사를 넘긴 한화그룹뿐 아니라 서너 개의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을 정밀 내사하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검찰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등 정치적 사건과 2008년 말 터진 미국발 금융위기 등 국내외 여건을 감안해 기업 수사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하지만 최근 사회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공정 사회' 흐름과 관련해 정부가 대기업의 구태의연한 탈법 관행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가 집권 반환점을 돈 만큼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검찰이 정치권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과감하게 사정수사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대기업 수사가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 이후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점도 검찰의 대기업 본격 수사 임박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최근의 대기업 압수수색과 관련해 "통상적인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의혹이 불거져 조사를 진행했을 뿐 특정 기업이나 대대적인 사정수사를 정해놓은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재계의 반응은 다르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최근 재계에서는 2~3개 대기업 계열사가 추가적인 수사 물망에 오르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며 "검찰의 물밑 수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