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점심 과천의 한 중식당. 주요20개국(G20) 부산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마치고 전날 돌아온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만면에 미소를 가득 안고 기자들과 식사를 함께했다. 회의를 성공리에 마무리했다는 안도감과 자부심에 한껏 고무된 표정이었다. 목소리도 평소보다 한 톤 높게 올라가 있었다. 윤 장관은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褪於日光則爲歷史 染於月色則爲神話)'는 한시를 인용하며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높아진 위상을 설명했다. 윤 장관은 "G20 회의를 늘 외국에서만 하다 보니까 호텔 지하에 한식당이 있다는 당연한 사실에도 놀랄 정도였다"며 "신경이 곤두서서 3일 내내 잠을 못 잤고 특히 회의를 주재한 이틀간은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소회했다. 윤 장관은 "프랑스 재무장관이 직접 제 손을 잡고 한국정부에 감사하다고 했고 휠체어를 탄 독일 재무장관이 감명 받았다고 말하더라"며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모두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는 점에서 긍지와 자부심을 느낀다. 특히 공동성명서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나왔는데 '엑설런트 잡(Excellent job)'이라고 할 만하다"고 말했다. 특히 회의 실무를 준비한 신제윤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 이하 실무진에는 "이런 우수한 인력이 계속 봉사하고 종사할 길이 열려야 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윤 장관은 "밝힐 수는 없지만 일부 국가는 밤에 멱살잡이 직전까지 갈 정도로 격론을 벌였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좀처럼 얼굴을 붉히지 않고 의전을 중시하는 외교관이 아니라 자신들 국가 주머니에서 직접 돈을 갹출하는 내용을 다루는 만큼 문구 하나하나에도 깐깐히 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윤 장관은 주요국 재무장관들과의 양자회담에서 우리나라가 제안한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하면서 그리스의 예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안전망이 도입되면 통화운용이 방만해지고 도덕적 해이가 걱정된다"는 일부 선진국에 지적에 윤 장관은 "(안전망이) 있는 것과 없는 것 중 뭐가 좋으냐. 그리스 사태가 남미•아시아가 아닌 유럽에서 터졌는데 유럽이 모럴 해저드를 얘기할 자격이 없다"고 일갈한 것. 윤 장관의 대담한 대응에 결국 미국과 캐나다•영국•국제통화기금(IMF) 등이 글로벌 금융안전망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스•헝가리 등 잇따라 불거지는 유로존 문제에 대해 윤 장관은 "유로화가 발족된 지 10년이 지났는데 내부적 불균형 문제와 갈등이 심각하다"며 "국가별로 어떻게 될지 예상하는 것이 간단하지 않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16개국이 유로화를 함께 쓰다 보니까 경제력이 떨어지는 나라들이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하는 유인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며 "무역수지가 적자가 나면 환율 변동을 통해 반영돼야 하는데 조정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헝가리 사태와 관련, 윤 장관은 "헝가리 비중이 그리스보다 적다"면서도 "당분간 (환율에) 반영이 될 것이다. 그리스 사태가 끝나지 않았는데 유로화 약세와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원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