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업에 각종 명목으로 불합리한 비용을 지급하는 기업, 모기업의 통제를 받으면서 모기업과의 거래가 큰 기업, 모그룹에 속한 다른 기업에 비해 이익률이 낮은 기업, 장기간(연속 2년 이상) 결손을 내거나 이익과 결손을 격년으로 반복해 비정상적인 경영이익을 보는 기업….
국내 기업의 중국 현지법인, 자회사 형태로 중국에 진출해 사업하고 있는 기업 중 이런 점들에 해당하는 기업은 중국 국세청의 이전가격 세무조사 중점관리 대상이 된다.
국세청은 29일 중국 국가세무총국(국세청)의 허롄탕(賀連堂) 국제세무사 반회피처장(이전가격 과장)을 초청, 개최한 ‘중국 이전가격 과세 설명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전가격(transfer price)이란 여러 나라에 진출한 기업이 세금부담을 덜기 위해 모기업과 해외 진출 자회사 또는 현지법인 간의 거래가격을 조작하는 것을 말한다. 즉 나라마다 세금의 종류나 세율이 다른 점에 착안, 각국 소재 관계기업들 간의 거래상품ㆍ서비스 가격을 조작하거나 세율이 낮은 나라로 이익을 집중시켜 세금을 줄이는 것이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그동안 중국 국세청의 이전가격 세무조사로 큰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지난 2005년 300건의 이전가격 세무조사를 실시, 4억위안을 추징했고 지난해에는 257건으로 조사건수는 줄었으나 추징금액은 6억7,000만위안으로 크게 늘었다. 중국은 최근 법인세법 개정과 함께 외국기업에 대한 이전가격 세무조사 강화 방침을 밝혔다. 중국의 이전가격 세무조사는 통상 1년 넘게 진행되며 3년 안에 종결된다.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거나 거래가 복잡한 경우 등은 최대 5년까지도 연장돼 조사에 따른 막대한 인력과 비용이 소요된다.
한국과 중국 국세청은 이전가격 조사에 대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정상가격사전승인제도(APA·Advance Pricing Arrangement)의 적극 활용을 주문했다.
APA는 이전가격 조사와 과세를 피하기 위해 기업이 먼저 해당 세무당국에 이전가격을 신고하고 승인받는 제도다. 기업들은 APA 승인기간(통상 5년) 동안에는 이전가격 세무조사에 대한 걱정 없이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으며 갱신신청 절차를 밟아 승인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날 설명회에서 중국 국세청의 허 과장은 “한국 기업들의 APA 신청이 있을 경우 한국 기업에 불리하지 않도록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