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술계 '삼성 비자금' 불똥 우려

"삼성家 영향력 막강… 시장 침체될라" 전전긍긍

'신정아 파문'에 이어 삼성의 비자금을 이용한 미술 컬렉션 의혹이 터지면서 성장의 호기를 맞고 있는 미술계와 화랑가에는 혹여 찬바람이 불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른 분야와 다를 바 없이 미술계 역시 삼성이 차지하는 위치는 지대하다. 작품 구매부터 작가 선정에 이르기까지 그 파워가 미치지 않은 곳이 거의 없고 삼성가의 작품 선정 경향이 국내 미술시장을 좌우할 정도라는 것. 이병철 전 삼성회장 당시 호암미술관에서는 근현대 미술과 고미술품 중심으로 작품을 구입해 고미술 시장이 호황을 누렸지만,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여사가 관장인 삼성 미술관 리움이 지난 2004년 개관되면서 현대미술(contemporary art)로 삼성의 미술품 컬렉팅 경향이 바뀌자 시장도 그 영향권에 들기 시작했다는 것이 화랑가의 말이다. 인사동의 한 화랑 대표는 "국내 고가 미술품 시장의 절반 정도는 아마 삼성이 차지할 것"이라며 "이병철 회장 타계후 삼성이 더 이상 고미술 시장에 발을 끊자 거래가 큰 폭으로 줄며 시장 자체가 폭락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젊은 작가 선정에서도 삼성의 입김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리움이 기획한 젊은 작가그룹전인 '스펙트럼전'에 초대되면 곧바로 작품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을 뜻할 정도로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크다. 이 같은 상황하에 최근 김 변호사의 삼성의 비자금과 관련된 미술품 구매 의혹은 삼성은 물론 미술품 구매에 관심이 있는 다른 기업들에게도 미술품 구매 패턴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삼성 사태가 불거진 이후 화랑가에는 고가의 작품 매물 거래가 상당폭 줄었다는 것. 변호사의 폭로에 언급된 서미 갤러리는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있으며 신정아 파문 이래 삼성 사태와 관련해 항간에 거론된 일부 미술관들의 경우도 직원들의 입 단속을 시키는 등 바짝 몸을 사리고 있다. 최근 삼성에 작품을 판매하기로 했다는 한 화랑 대표는 "개막전에 홍여사가 참석해 작품을 고르기로 약속했는데 개막식 참석을 안했다"며 "오랜 침체를 이제 벗어난 미술시장에 돌발 악재들이 맞물려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