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외화차입 등 은행의 일반예금 외 수신에 세금을 부과하는 은행세(Bank levy)가 합의된다. 8일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은행 일반예금 외의 수신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은행세가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될 것"이라며 "특히 외화차입에 대한 은행세 부과는 무분별한 국내 외화 유출입을 막는 문턱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 시스템 리스크 방지 위해 G20 은행세 도입=글로벌 공조를 통한 은행세 도입은 16일 국제통화기금(IMF)의 중간보고서가 G20에 제출된 후 2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공론화될 예정이다. IMF의 최종 보고서는 6월 캐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나온다. G20에서 합의될 은행세는 은행들의 시스템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이 일반예금을 제외한 차입 등이었던 만큼 이러한 기타 수신에 세금을 부과해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IMF 중간보고서에서 은행의 기타 수신, 즉 일반예금을 제외한 시장성 수신, 차입 등에 15bp(1bp=0.01%포인트)의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은행세는 미국ㆍ독일 등이 자체적으로 도입을 결정했고 영국ㆍ스웨덴 등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G20의 합의에 따라 도입을 검토할 예정이다. 독일은 지난달 31일 금융위기 방지를 위한 12억유로 규모의 은행 보증기금을 조성하기로 결정했고 앞서 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구제금융을 받은 미국 은행들로부터 향후 10년간 900억달러를 징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무분별한 외화 유출입 제어=G20이 은행의 기타 수신에 대한 세금부과 형식으로 은행세를 최종 합의한다면 우리나라 자금시장의 아킬레스건이었던 무분별한 외화 유출입에 문턱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내 달러부족 위기는 항상 은행들의 마구잡이식 차입에 이은 상환 때문에 발생했다"면서 "예금을 제외한 수신, 특히 외화차입에 세금을 매긴다면 국내 외환시장 안정에 획기적인 제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외화차입에 대한 세금부과는 국내 외은지점의 달러차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외은지점의 경우 대부분 자기자본 없이 본점에서 달러를 빌려와 영업하는 경우가 많아 빈번한 외화 유출입 주범으로 지적 받아왔다. 실제 2008년 10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당시 국제 금융기관들이 한국의 은행들에 대한 대출한도를 줄이면서 500억달러가 일시에 빠져나가 달러 유동성 위기가 초래됐다. 전문가들은 외화차입에 은행세를 부과할 경우 외국계 은행 지점들의 추가 차입에 세금이 부과되는 만큼 초단기 수익을 노리는 거래 자체가 줄어들고 국내 은행들의 무분별한 달러차입을 통한 외환영업도 제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세를 거둬 어떻게 사용할지는 G20의 합의보다는 각국의 사정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우처럼 공적자금이 투입된 나라는 공적자금 상환용으로 사용되겠지만 공적자금이 사용되지 않은 나라는 금융위기 사전이나 사후 보험금의 성격으로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역시 외환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 안정기금으로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 은행세 용도에 대해서는 논의되고 있지 않다"며 "은행세 부과가 합의된다면 사용용도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이고 우리가 제안한 글로벌 금융안전망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은행세 도입의 부작용에 대한 사전 검토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외은지점들의 경우 단기차입이 막히면 이를 대신해 원화를 담보로 달러를 빌리는 식의 통화스와프 거래가 늘어나는 등 우회적인 차입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스와프 거래에 따른 달러차입은 은행세 과세대상인 기타 수신에 해당하지 않아 스와프 거래에도 과세하는 방안이 가능한지도 정부에서 검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