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판교 청약자가 실험용 쥐인가

구동본 기자<부동산부>

“판교 신도시 아파트 청약 예정자들이 실험용 쥐입니까.” 22일 경기도 성남시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서 만난 주부 김모(46)씨는 판교 신도시 청약 예정자들이 잦은 입시제도 변경으로 고통받는 고등학생의 신세와 비슷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를 화나게 한 것은 정부의 판교 신도시 아파트 분양시기 및 방식 바꾸기. 정부는 지난 19일 판교 신도시 전체 가구 수를 2만6,804가구로 확정하면서 이 가운데 1만6,157가구를 오는 11월 일괄분양하고 나머지는 내년 이후로 미뤘다. 정부의 당초 분양일정은 6월부터 2007년까지 순차분양하는 것이었다. 이 같은 계획을 2월 17일 11월 일괄분양으로 바꿨다. 따라서 이번 일정 변경은 통틀어 2번째인 셈이다. 분양일정을 늦추거나 앞당기면 청약 순위의 변화를 가져와 청약저축ㆍ예금ㆍ부금 등 통장 가입자들은 상황에 따라 울고 웃을 수밖에 없다. 특히 판교 신도시 분양일정 조정은 통장 가입자들에게 아주 민감하다. 전용면적 25.7평 이하 예상 청약 경쟁률이 최우선 순위인 성남 거주 40세 이상 10년 무주택자만도 89대 1일이나 될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전망되기 때문이다. 통장 가입자는 일정 금액을 24개월 나눠 불입하거나 한꺼번에 예치한 후 2년이 경과돼야 1순위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판교 신도시의 경우 2007년까지 순차분양한다는 당초 정부 발표를 믿고 2003년 11월 이후 통장에 가입한 사람들은 모든 공급물량을 11월 일괄분양하겠다는 정부 발표로 사실상 청약권을 박탈당했다. 그로부터 불과 3개월 뒤 전체 물량의 40% 정도에 대해 분양을 내년 이후로 연기하면서 2003년 11월 이후 통장 가입자 일부가 청약권을 다시 얻게 됐다. 그러나 2003년 11월 이후 통장 가입자 중 11월 전체 물량 일괄분양 계획에 따라 판교 신도시 청약이 어렵다고 보고 통장을 해약했거나 불입을 중단했던 사람들은 불이익을 받게 됐다. 정부가 최근 부동산시장에 잇따라 그물망을 치고 있다. 집값을 잡겠다는 취지에서 여러 가지 정책 수단을 찾느라 고민하는 정부가 사실 안타깝다. 하지만 가뜩이나 부동산정책이 “천수답식이다” “오락가락 춤춘다”며 비난받는 마당에 정부가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불쑥 꺼냈다가 갑자기 거둬들이는 시행착오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정책 실패로 인한 피해자들의 불평과 하소연을 생각해서라도 정책 개발과 발표에 신중을 기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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