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안정 시장개입 약발 시들「유로화 반락,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세계 4대 중앙은행의 시장 공조개입 이후 한때 0.904달러까지 회복됐던 유로화가 개입 후 첫 거래일인 25일 뉴욕시장에서 다시 약세로 돌아서 0.8730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앞서 22일 시장개입 직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유로화가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가장 답답한 것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 선진 각국이 추가 시장개입에 나서 유로화 가치를 끌어올릴 경우 아시아 각국은 수출에 큰 피해를 입게 된다.
미국이 「강한 달러」정책을 버리지 않는 상황에서 유로 강세는 곧 엔화 약세로 이어지면서 일본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때문.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은 시장개입 이후 유로화 가치가 어느정도 회복됨에 따라 엔화 가치가 달러당 109엔대까지 내려앉을 수 있다고 26일 지적했다.
하지만 유로화 약세가 계속될 경우 미국 기업들의 수출이 부진해지면서 미국 경기가 빠른 속도로 둔화, 아시아의 수출시장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문제가 생긴다. 결국 아시아 국가들은 유로화가 요동을 칠 때마다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애매한 상황에 빠진 셈이다.
한편 유로화에 대한 시장개입의 효과가 불과 하루만에 사그러들기 시작한데 대해 전문가들은 「강한 유로」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꼽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호황을 누리고 있고 미국-유럽간 금리 차이도 여전한데다, 유로화 부양을 위한 선진국들의 공조 체제도 언제 깨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톰슨 글로벌 마켓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러셀 비첨은 『시장은 G7이 (외환시장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선 회의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주말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장관이 「강한 달러」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데 이어, 25일 도이체방크의 롤프 브루어 총재도 『미국이 공조체제를 유지할 지 여부에 회의적』이라고 밝히면서 시장의 의구심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지난 주말 선진7개국(G7)이 유로화 부양을 위한 공조를 다짐한 사실도 유로화의 기폭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모처럼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각국 중앙은행들이 이대로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도이체방크 도쿄지점의 한 외환분석가는 『통화 당국은 「신뢰」 형성에 특히 민감하다』며 유로화가 회복 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황에서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한 번 개입했다가 그냥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경립기자KLSIN@SED.CO.KR
입력시간 2000/09/2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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