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과 폭력배의 한바탕 줄다리기사람 죽이는 일에 익숙해져야 하는 건달과 벌레조차 죽여서는 안되는 스님. 세속에서 만나 서로 얼굴 붉힐 일이 없는 전혀 다른 두 집단이 좁은 공간에서 만나면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거기에서 출발한 박철관감독 데뷔작'달마야 놀자'는 이 두 계층의 사람들이 만나서 생겨나는 좌충우돌의 대치상태 속에서 벌어지는 해프닝과 그 뒤 작은 깨달음을 얻어 조폭의 옷을 벗고 배달업체 성실한 일꾼이 된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조폭들의 개과천선 메시지보다는 '절대복종'을 기본으로 하는 조폭들의 우스꽝스런 모습과 목숨 그 이상을 걸고 수행하는 자기들의 공간을 지켜야 할 스님들과 팽팽히 맞서면서 벌어지는 산사생활을 그린 코믹물이다.
싸움에 밀린 조폭 재규(박신양) 일당이 암자에 들이닥친다. 노스님(김인문)과 청명(정진영) 등 젊은 스님들은 나가달라고 하지만, 재규 일당은 "딱 일주일만 있겠다"고 버틴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도 보스로부터 연락이 없자 재규일당은 "일주일 더 있어야 겠다"며 노스님에게 윽박지른다. 노스님은 빠지고 재규일당과 젊은 스님들간의 한판 대결이 벌어진다.
암자를 지키기 위해 삼천배와 잠수를 제안한 스님들과 고스톱과 369 게임을 내놓는 건달들이 고군분투하며 맞서는 진지하고 절박한 모습은 이전의 코미디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웃음을 보여준다. 재미를 느끼게 하는 이 게임 시퀀스들은 눈을 뗄 수 없도록 빠르고 현란하며 다양하게 카메라에 담겨진다.
부처님의 국적을 확인하려다가 불상을 깨뜨리고 369 게임 도중 2년째 묵언 수행중인 명천(류승수)이 말문을 터뜨리는 등 조폭세계와 불가의 독특한 규범과 생활을 교묘하게 웃음의 코드로 활용한 점도 돋보인다.
그러나 유쾌한 영화를 표방하면서도 도입부분과 후반부에 조직폭력배 간의 난투극 장면을 끼워넣은 것은 상투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박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