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의 미 행정부 한국담당 관리들과 뉴욕 월가의 한국 투자가들은 요즘 양강 구도로 압축된 한국 대선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미국의 웬만한 한국 전문가들은 한국의 최근 정치 뉴스를 꿰고 있으며, 후보들의 성향ㆍ지지층까지 훤하게 알고 있다.
정치 중심의 워싱턴 전문가들은 두 후보 중 누가 부시 행정부의 대북한 정책에 더 가까운지를 주시하고 있으며, 월가 사람들의 초점은 김대중 정부의 지난 5년간의 경제개혁이 어느 후보에 의해 보다 강력하게 지속될 것인지 하는 점에 쏠려있다.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중유공급을 한달간 연장, 12월부터 중단키로 한 것과 월가 투자자들이 최근 한국 증시에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대선후 변수를 기다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두개의 관심, 즉 대 한반도 정책 조율과 경제 개혁 지속성 여부 사이에 직접적 연관성은 없다. 또 두 이슈에 대해 워싱턴과 뉴욕 월가가 선호하는 한국의 후보는 다르다.
그 동안 미 언론 보도나 월가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종합해보면 미 행정부와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 보수파들의 경우 이회창 후보의 노선을 대체로 선호하고, 월가 투자가들은 노무현 후보 쪽에 가깝지 않느냐 하는 관측을 낳게 한다.
미 언론들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 포기를 위해 한국의 대북 경제지원을 중단하길 바라고, 이에 이 후보가 근접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보수세력을 대변하는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의 차기 정부는 미국과 협력하든지, 아니면 미군이 철수하고 한국이 단독으로 북한에 대항하든 지를 선택해야 한다"며 대선 후보들을 겨냥한 컬럼을 최근 실었다.
자본의 논리는 다소 다르다. 월가 투자자들은 현정부의 경제 개혁 조치를 지속할 가능성이 큰 노 후보쪽으로 기우는 듯 하다.
이 후보가 재벌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것은 경제 개혁에 관해 과거 회귀의 가능성을 우려한 대목으로 볼 수 있다.
살로먼 스미스 바니의 제프리 셰이퍼 부회장은 몇 달전 한 모임에서 "과감한 경제개혁을 지속할 경우 한국 경제는 발전할 것이며, 개혁을 지연하면 일본처럼 장기침체에 빠질 것"이라며 한국의 인구 연령구조를 비유해 개혁의 강도를 설명한바 있다.
미국은 막강한 군사력과 자본의 힘으로 세계를 움직인다. 한국의 대선 주자들은 국제 정치와 경제를 움직이는 미국 정부와 월가 자본의 눈을 지켜보며 국가와 민족의 이익을 챙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