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소나기식 사정 보다 꾸준한 사정을

노무현 대통령이 새 정부 출범 후 가진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사정 속도조절론`을 제기, 정치권과 재계가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잘못한 것은 바로 잡아야 하지만 그 과정은 합리적이고 냉정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전제, “사정 활동의 속도조절이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서 국민불안감을 조성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의 `사정 속도조절론`은 정권교체기 때마다 되풀이 돼 온 소나기식 사정이 정당활동이나 기업경영을 위축시키고 재판과정에서도 적지않은 논란을 빚어 왔다는 점에서 일단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그렇지 않아도 `참여정부` 출범에 앞서 검찰에 의해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구속과 다른 재벌에 대한 수사확대 가능성을 놓고 각종 설이 분분한 참이다. 정치권에 대한 사정이 곧 있을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아 긴장하고 있기는 여야 모두 마찬가지다. 따라서 노 대통령의 `사정 속도조절론`으로 그 동안 사정이 있을 때 마다 뒤따랐던 `사정한파`도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정권의 교체기의 사정을 눈 여겨 보면 특정인물이나 단체를 겨냥한 표적사정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정권에 따라서는 이를 정경유착의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손 봐주기식`이나 `경고성 겁주기식` 등이란 말이 나오게 된 것도, 해외에서의 연구 등을 핑계로 도피성 출국이 러시를 이뤘던 것도 표적사정과 무관하지 않았다. 이 같은 관점에서 노 대통령의 `사정 속도조절론`은 구시대적인 정치관행에서 벗어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또 경제여건과 여야 협력 관계 등을 감안, 국민 불안감을 조성하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노 대통령은 `사정 속도조절론`을 제기하면서 인신구속에 대한 신중도 당부했다. 이는 인신구속이 자칫 무차별 사정으로 비춰지지나 않을 까 하는 일반의 의구심에 대한 경계다. 또 정권교체기마다 검찰이 대통령의 의중을 나름대로 미리 읽고 `알아서 행동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침을 놓았다. `참여정부`는 그러나 집권 5년 동안 중단 없는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사정은 정권초기에는 물론 정권이 어려움에 처할 경우 국면전환용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군사정권 시절 익히 경험했던 바다. 노 대통령도 이 같은 사정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했지만 `참여정부`는 개혁을 빌미로 사정을 이용하는 일이 없기 바란다. 개혁에 불순한 의도가 함의 돼 있을 경우 그 개혁은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개혁은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될 때에만 성공할 수 있다. <임웅재기자 jeal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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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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