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위의 서브프라임(비우량) 모기지 업체인 뉴센추리 파이낸셜이 ‘파산 초읽기’에 들어가는 등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회계부정 사태로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던 월드컴ㆍ엔론 사태보다 모기지 부실이 금융시장 전반에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뉴센추리는 12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모기지 채권을 담보로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모건스탠리ㆍ씨티그룹ㆍ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들에 재구입(환매수)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들 투자은행은 되사줄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며 파산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뉴센추리는 “금융기관들의 환매수에 전부 응하려면 84억달러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환매에 응할 자금 여력이 없다”며 “채권자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협상 성공 여부는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회사 주가는 올 들어 90%나 폭락했으며 이날 하루만도 48%나 추가 급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거래를 중지시킨 채 상장폐지 가능성에 대한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UBS는 이날 뉴센추리의 파산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이 회사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축소’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 최대 모기지 업체인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도 대출을 갚지 못해 주택을 차압한 비율이 5년래 최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컨트리와이드의 주택 차압률은 2월 말 혀재 0.7%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0.47%보다 크게 높아졌으며 대출의 4.7%가 30일 이상 연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기관들은 이 상태라면 이 회사의 1ㆍ4분기 수익이 60%가량 급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기지 부실이 미국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최대 150만가구가 주택을 압류당할 수 있으며 주택 건설과 관련해 10만명의 일자리가 없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앞으로 자금고갈을 선언할 서브프라임 업체가 100개 이상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89~91년까지 이어진 주택시장 침체로 11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이후 경기침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통상 모기지 업체는 대출채권을 다시 대형 금융기관에 매각해 유동화하는 구조로 운영돼 모기지 업체 부실은 헤지펀드와 투자은행 등 채권단에도 적지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월가 투자은행들이 모기지 업체의 채권을 경쟁적으로 매입해 모기지 부실을 부풀린데다 금융 당국도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미국 담보대출 시장은 2000년 IT 버블 붕괴와 닮은꼴”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