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국인 날고 토종기업 지고] 글로벌기업 대공세… 안방 내줄판

■ 증권 외국인투자자들의 국내증시에서의 위상은 거래소시장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의 지분율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77조원중 외국인 지분은 58.6%, 45조원에 달하는 것을 비롯 SK텔레콤(45.36%), 국민은행(72.8%), KT(45.37%), 포스코(64.99%) 등 한국의 간판기업의 주가는 사실상 외국인들의 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외국인들은 매수확산은 국내증시의 버팀목인 동시에 국내 증시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외국인들이 `바이 코리아`(Buy Korea)에서 어느 순간 차익실현을 위해 `셀 코리아`(Sell Korea)로 돌아설 경우 서울증시는 엄청난 충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5개월동안 종합주가지수를 50% 끌어 올렸듯이 거꾸로 절반으로 깎아내리는 시간도 단 몇 개월일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증권산업에서도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적 컨설팅업체인 맥킨지는 향후 5년 이내 생존할 수 있는 증권사가 외국계와 소수 대형사밖에 없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투신ㆍ증권업계의 외국계 잠식 속도 역시 시간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외국인들이 국내증시를 좌지우지하는데 따른 부작용을 막기위해 기관투자자의 역할 확대 등 증시체질개선과 함께 증권사들도 선진금융기법 개발 및 구조조정등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황영기 삼성증권 사장은 “증권산업을 단순한 주식중개업으로만 여기고 선진국형의 투자은행으로 발전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지 못한 점이 문제”라며 “장외파생상품ㆍIB시장 진출등과 같은 새로운 수익원 개발과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금융 금융계도 외국사가 `주류`로 = 칼라일-JP모건 컨소시엄(한미은행), 뉴브리지캐피탈(제일은행)에 이어 미국계 투자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함으로써 `외국인이 경영하는 시중은행`은 전체 8개 시중은행 가운데 3곳으로 늘어났다. 시중은행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15%안팎. 최근 칼라일과 뉴브리지캐피탈이 한미ㆍ제일은행 지분을 매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스탠다드차타드은행과 HSBC 등 세계적인 상업은행들이 이를 인수하려 물밑에서 뛰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은행들은 전세계적으로 영업을 하는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본격적으로 경쟁을 해야 하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보험시장에서는 이미 외국사들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푸르덴셜, ING, 알리안츠, 메트라이프, AIG, PCA 등 세계적인 보험사들이 대부분 들어와서 영업을 하고 있다. 외국계의 시장점유율은 올 상반기 이미 14%를 넘어섰다. 지난 9월 방카슈랑스가 시작되면서 이들은 더욱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은행의 점포망을 이용하는 방카슈랑스 상품이 단계적으로 확대되면서 외국 보험사들은 점차 국내 대형사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치고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기타 2금융권에서도 외국사들은 점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아나가고 있다. 국내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세계최대의 소비자금융회사인 GE캐피탈이 내구재 할부시장에 뛰어들었고 씨티그룹은 씨티파이낸셜을 통해 소매 대출시장 공략에 나섰다. 또 최근 미국의 퍼시픽캡 펀드는 업계 1위사인 한솔상호저축은행을 인수해 그동안 외국인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저축은행마저 주도권이 넘어갈 조짐이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 IT 토종IT 밀려난다=IT부문의 경우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면서 글로벌 기업은 확장일로를 걷고 있는데 반해 국내 기업은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한때 잘 나가던 PC시장이 단적인 예다. HP와 LGIBM, 후지쯔, 도시바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지난 2001년 26.9%에서 6월말엔 41.8%까지 높아졌다. 반면 삼보컴퓨터, 현주컴퓨터 등 국내 기업들은 점차 존립기반을 잃어버리고 있다. 네트워크 장비시장에서도 한국루슨트테크놀러지,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한국알카텔 등 글로벌업체들이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기업들이 많이 사용하는 오피스제품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의 집중 공략으로 국내기업이 사실상 무너진 상태다. 기업용 솔루션도 올들어 대기업 시장 구축이 거의 마무리되자 글로벌 기업들이 몰려들면서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IBM의 매출액은 지난 2000년 7,315억원에서 2001년 8,550억원, 2002년에는 9772억원으로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연평균 14~16%씩 성장하고 있다. 역시 서버, 스토리지 등 다양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한국후지쯔의 매출액(3월회계법인)도 지난 2001년 3,590억원에서 2002년 3,612억원, 2003년 3,837억원으로 연간 1~6%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소니코리아(3월회계법인) 역시 지난해 5,414억원에서 금년에 6,874억원으로 27%나 성장했다. 최근 들어 미국, 유럽 등 세계적으로 IT경기가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자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공략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통신서비스업체 관계자는 “NGN등 미래사업 분야 등에서는 이미 다국적 장비기술이 국내업체들보다 한발 앞서 있어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부동산 건물 1채 당 평균 193억5,000만원 이익 = 헐값에 사들인 건물을 고가에 팔면서 외국자본이 거둬들인 불로소득은 건물 1채 당 평균 193억5,000만원에 이른다. 빌딩 매각을 통해 가장 높은 수익을 거둔 외국자본은 골드먼삭스. 이 회사는 476억원에 매입한 영등포구 여의도동 대우증권 건물을 720억원에 팔아, 수익률이 무려 51%에 달했다. 골드먼삭스는 또 모건스텐리와 공동으로 715억원에 사들인 서울 종로구 연지동 은석빌딩을 1,000억원에 매각, 40%의 이익률을 기록하는 등 외환위기를 활용해 빌딩 장사를 가장 잘한 업체로 꼽히고 있다. 외환은행ㆍ극동건설 등을 잇따라 매입하며 국내 자본시장의 공룡으로 부상한 론스타도 부동산 시장에서 적잖은 이익을 거뒀다. 론스타는 여의도 동양증권 빌딩과 SKC 건물을 매입해 2년 만에 400억원의 양도차익을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네델란드계인 로담코는 여의도 중앙빌딩을 272억원에 이화재단에 매각했다. 매입금액은 210억원으로 62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리먼브라더스도 서울 중구 서린동 센트럴빌딩(옛 한효빌딩)을 외환위기 때 650원에 사들여 올해 수출보험공사에 800억원에 팔았다. 이들 건물 외에 외국자본이 소유한 상당수 오피스빌딩이 현재 매물로 나와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문제는 이들 건물 모두 프라임 빌딩이라는 점이다. 국내 리츠 시장이 활성화 될 경우 결국 이들 건물이 1차 매입대상이 될 수 밖에 없어 국부유출 논란은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종배기자 ljb@sed.co.kr <박태준기자(경제부) 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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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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