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규모가 해당 기업의 가치를 좌우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는 사회공헌도가 기업의 평판을 규정하는 잣대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은 지난 3일 경희대 청운관에서 열린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주최 '대학생 CSR 컨퍼런스' 행사장에서 기자와 만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시대를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라고 강조했다. 외형적인 성장보다는 얼마나 사회에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느냐가 기업의 존립 이유로 부상했다는 설명이다.
2010년부터 유엔 산하 글로벌 CSR 연합체 UNGC의 한국협회장을 맡아 'CSR 전도사'로 불리는 이 회장은 "오늘날 세계 경제는 규모의 경제보다 협력의 경제로 이동하고 있다"며 "'자본주의 4.0'에서 기업의 목적은 이윤창출에서 한 걸음 나아간 사회공헌 활동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기업도 이제는 외형적인 성장을 추구하기 이전에 얼마나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넓게 보면 최근 전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공유가치경영(CSV)도 CSR의 범주에 있다고 본다는 그는 CSR가 단순히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은 물론 정부·국가·대학·연구기관 등 사회의 모든 주체가 힘을 합치고 머리를 맞대야 CSR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며 "기업의 이미지 쇄신을 위한 CSR는 가장 낮은 단계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CSR가 뿌리를 내리려면 기업의 근본적인 인식전환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단순한 생색내기용 기부활동은 CSR가 아니다"라며 "진정성·지속성·연결성·확장성·투명성의 5대 원칙이 전제돼야 CSR의 효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체계적이면서도 조직적으로 준비해야 CSR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이어 "부끄럽지만 홈플러스가 협력사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어린이 생명 살리기 캠페인'도 처음 도입할 때만 해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며 "하지만 지속적으로 협력사를 설득한 끝에 284개 업체에 누적고객 6,000만명이 참여하는 유통업계 최대 CSR 활동으로 자리를 잡았고 모기업인 테스코도 이를 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CSR가 성공적으로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려면 젊은 세대의 동참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게 이 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젊은이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지만 유독 CSR에서는 기성세대의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며 "젊은 세대가 CSR에 관심을 가져야만 건강한 자본주의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회장은 최근 테스코가 홈플러스로부터 로열티를 과도하게 가져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글로벌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테스코가 내실경영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736억원을 테스코에 로열티로 지급했다. 이전까지 로열티 규모는 매년 30억~40억원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