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비등기임원도 연봉 공개

찬성-이기웅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부장

반대-김현종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

지난해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5억원 이상 지급된 등기임원의 연봉이 사업보고서에 공개됨에 따라 대기업들이 이달 들어 일제히 처음으로 지난해 연봉을 공개했다. 이로 인해 이들의 연봉이 직원 평균에 비해 60배나 많다는 등의 분석기사가 쏟아지며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일부에서는 이들 연봉에 대한 산출기준이 없다, 총수들이 꼼수로 등기임원에서 빠졌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제도보완을 주장했다. 반면 그 격차가 미국의 절반 수준이고 유럽의 많은 국가가 이사회 구성원 등으로 좁히고 있다며 공개확대에 신중론을 펴는 주장도 만만찮다. 등기임원 연봉공개 제도보완에 대한 찬반 견해를 싣는다.

● 찬성 김현종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


투명 경영·책임 경영 강화 위해 필요

근거 밝히면 반재벌정서 줄어들 것


지난 3월31일, 국내 상장기업들이 일제히 사업보고서를 공개했다. 그리고 많은 언론에서 SK 최태원 회장이 300억원대의 연봉을 받았다는 기사와 일반 직원과 등기임원 간 연봉격차가 60배 이상 난다는 기사 등 자극적인 기사들이 쏟아졌다.

예상된 시나리오다. 이러한 자극적인 기사들은 일반 국민들의 위화감을 낳을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반기업 정서가 조성되므로 연봉공개를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재계의 주장이 다시 나올 분위기다. 대통령마저 '규제개혁'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 비춰 임원 연봉공개가 기업 규제로 치부돼 폐지되지나 않을까 우려스러울 정도다.

그러나 우리는 차분히 반기업 정서와 반재벌 정서를 구분해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임원 고액 연봉공개는 정상적인 기업활동에 따른 보수를 규제하거나 비판하기 위함이 아니라 재벌들의 사익 추구행위를 제한하고 기업의 투명경영과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먼저 이번 고액 연봉공개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보수는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법 개정 당시에도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처럼 공시의무 대상이 등기임원에 한정돼 '비등기임원'인 재벌총수와 그 일가 임원의 보수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도 등기임원직을 사임한 바 있으며 올해 SK 최태원 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 등도 모두 등기임원직에서 물러났다. 결국 임원 보수 공개대상은 고용된 전문경영인에 한정될 수밖에 없고 법 개정 취지였던 재벌총수에 대한 투명경영과 책임경영 강화는 뒷전이 돼버렸다.

둘째 공개된 SK 최태원 회장과 한화 김승연 회장의 보수도 그 산출기준과 근거를 아무도 알지 못한다. 이미 최 회장은 지난해 초 법정구속돼 지난 1년 동안 경영활동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또한 김 회장도 절반 가까이 법정구속 상태였을 뿐만 아니라 재판과정에서 계속 휠체어에 의지할 정도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연봉으로 130억원가량을 받았다. 주주와 국민들 입장에서는 과연 이들이 SK과 한화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쳤길래 이 같은 고액 연봉을 받는지 의구심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이 같은 자의적이고 불투명한 보수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법 개정이 이뤄진 것이지만 여전히 개정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임원 고액 연봉공개에 따른 반재벌 정서는 재벌총수들이 자초한 것이다. 재벌총수가 기업을 소유만 하고 경영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긴다면 당연히 투자에 따른 배당만 받고 연봉은 받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반대로 소유하는 동시에 경영에도 참여해 연봉을 받고자 한다면 자신의 경영활동에 대한 법적책임을 지고 자신의 보수와 그 근거에 대해서도 떳떳이 공개하는 것이 타당하다.


현재와 같이 비등기임원직을 유지해 기업경영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법적책임과 보수공개에 대한 의무는 회피한다면 그들이 자초한 반재벌 정서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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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핵심은 자신을 포함한 기업 임직원의 연봉 등 보수를 산정하는 데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는 재벌총수의 보수와 그 산정기준 및 근거를 공개하는 것이다. 법 개정 방향도 여기에 초점을 맞출 때, 반기업 정서나 사회적 위화감 조성 등의 부작용을 줄이는 동시에 재벌총수의 사익추구행위를 방지하고 기업의 투명경영과 책임경영을 강화할 수가 있다.

● 반대 이기웅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부장

위화감 조성 등 불필요한 갈등 조장

하향평준화땐 되레 효율성 떨어뜨려


지난해 5월28일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임원 보수 개별 공개규정'이 도입됐다. 이에 따라 사업보고서 제출대상 법인을 대상으로 5억원 이상 보수가 지급된 등기임원의 개인별 보수와 구체적인 산정기준과 방법을 사업보고서에 적도록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11월29일 시행됐다. 그 결과로 지난 3월31일, 기업의 임원 보수가 언론을 통해 공개됐고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당 규정이 논쟁의 불씨가 될 수 있음은 도입 이전부터 이미 우려했던 바다.

먼저 임원 보수와의 격차에 대해 생각해보자. 기업의 시장가치가 커질수록 대체로 기업 내 직원과 임원 간 임금격차는 커지게 된다. 시장가치가 높은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경영자는 한정돼 있어 이들의 보수가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전형적인 사례로 시가총액 세계 1위를 자랑하는 기업인 애플을 들 수 있다. 애플의 시가총액(2014년 4월 기준)은 4,670억달러(약 486조원)로 삼성의 201조원보다 2배 이상 높은데 등기임원의 평균연봉은 667억원으로 84억원을 지급하는 삼성전자보다 8배나 높다.

현재 제기된 논쟁 중 하나는 과연 이자조차 지불하지 못하는 기업에서 고액연봉을 지급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것이다. 역설이지만 이자보상배율이 1도 되지 않는 기업일수록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고액연봉을 지급해 유능한 임원을 영입하는 게 필요하기도 하다.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고 해서 임원 보수를 제한한다면 오히려 능력 있는 전문경영인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기회를 얻지 못할 수 있다. 실패한 경영자에 대한 문책상의 감봉은 있을 수 있지만 일방적으로 경영 곤란을 겪고 있는 기업이라고 해서 경영자에게 고액연봉을 지급하는 것을 비난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못할 수 있다.

최근에는 비등기 임원에 대해서도 보수공개를 확대하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국가별 제도를 비교해보면 공개 대상이 다양하다. 미국에서는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외에 고액보수를 받는 임원 3인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1억엔 이상의 보수를 받는 임원에 대해, 영국도 임원에 한해서만 연봉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지만 프랑스와 독일·아일랜드·네덜란드·스웨덴·이탈리아 등 상당수 유럽국가에서는 이사회 구성원에 대해서만 보수를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책임과 권한이 현저하게 다른 직위에 있는 비등기 임원에 대해서도 보수를 공개하도록 하자는 의견은 일률적으로 수용되기 어려울 것이다.

임원 보수공개에 있어 가장 큰 우려는 잘못된 사회적 인식으로 불필요한 갈등이 조장될 수 있다는 점이다. '차별'과 '차이'에 대해 경직화된 인식이 강한 우리나라 문화적 특성 탓에 '임원 보수 개별 공시규제'가 노사갈등과 직원과 경영진 간 위화감 조성, 개인정보 노출 같은 사회적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은 제도 도입 전부터 예견돼왔다.

우리나라의 임원 보수수준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임원의 보수가 종업원에 비해 과도하게 높게 책정돼 있다는 언론의 비판적 보도 역시 같은 결과다. 이런 논의는 기업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해 오히려 효율성을 저해시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임원 보수공개가 단순히 정치적 이슈로 변색하지 않고 경제적인 관점에서 바르게 기능할 수 있도록 그 취지를 명확히 함과 동시에 사회적인 인식개선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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