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등 반등가능성 충분2차 폭락 파장 제한적일듯
9월이 시작되자 마자 세계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8월초 나스닥지수가 1,200포인트까지 떨어진 것이 1차 하락이었다면 한 달도 못되는 사이에 2차 하락이 닥친 것이다.
1차 하락과 2차 하락간에 차이를 찾는다면 1차와 달리 이번 하락의 신호탄은 일본이라는 점이다. 닛케이지수가 지난 3일 17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데 이어 급기야 지난 주말에는 8,000엔대로 진입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일본 증시 급락은 곧바로 연이어 열린 유럽시장으로 전염돼 유럽 주요 증시가 일제히 3% 이상의 급락세를 연출했고, 마침내 노동절 휴장을 끝낸 미국 주식시장 마저 무너뜨렸다.
세계 증시 2차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은 경기 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다. 9월3일 발표된 미국의 8월 ISM(공급관리자) 제조업지수가 당초 예상치를 1.3이나 밑도는 50.5를 기록했고, 악화된 고용통계 결과도 이번 경기 회복이 생각보다는 만만치 않을 것임을 암시해줬다. 이런 사정은 유럽도 마찬가지이다.
9월 2일 발표된 로이터 PMI 제조업 지수가 2개월 연속 둔화세를 보였다. 태풍의 핵인 일본의 경우 2ㆍ4분기 성장률이 전분기대비 0.5% 증가해 5분기만에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이보다는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결과가 예상외 대폭 하향 조정됐다는 것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일본에서 시작되고 유럽이 동조한 경기둔화 우려가 역으로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위축시키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또 지난 주에 인텔의 3ㆍ4분기 실적 중간발표가 좋지 않았다는 점은 나아가 정보기술(IT)산업 전체의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전망을 낳아 주가하락의 빌미를 제공했다.
전세계 주식시장의 종목 동향을 보면 이런 점을 더 명확히 볼 수 있다. 유럽에서는 자동차주와 철강, 화학 등의 기초 소재주와 기술주들이 일제히 5% 이상의 급락세를 보였고, 미국시장에서는 통신과 반도체 주식들이 지난 주에 10% 넘는 하락을 기록했다.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임에 따라 자금이 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 뮤추얼펀드는 6월 이후 3개월째 주식에서 자금이 인출되었고,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40년만에 처음으로 4%선을 하향 돌파해 3.95%까지 떨어졌다.
지난 주 하락에도 불구하고 국제 금융계는 세계 주식시장의 2차 폭락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세계 시장을 얼어붙게 했던 일본 주가 하락은 경기둔화가 문제이긴 하지만 심리 불안이 가시면 빠르게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9월은 일본의 반기 결산기다.
3월에 일본이 시가회계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에 반기 결산에는 주가 평가손이 장부에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런 불안이 은행권의 대규모 적자 결산 내지는 자본 잠식에 대한 우려로 연결되고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 주식을 가장 싸게 샀다는 생명보험사 조차 9,000엔의 주가에서는 손실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그러나 이는 역으로 보면 지금의 불안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 주가도 강한 하방 경직성을 가질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근거로 일본 증시 전문가들은 그간 반복된 금융 불안을 거치는 가운데 은행권의 재무구조가 개선됐고, 증시 하락 가능성에 대비해 주요 은행권이 상당부분 헤지 전략을 구사해 왔음을 들고 있다. 일본의 거시경제 여건도 지난 3월과는 차별적인데 기업 부도가 안정되고 있고, 일본 정부의 증시 부양 노력도 예상되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전문가들의 중론은 며칠간 하락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의 반등세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최근 주가 반락은 8월에 주가가 오른 데 따른 반작용과 9월이 9ㆍ11테러 1주년이라는 특수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므로 일정 폭 조정을 거친 후에는 재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기업 수익이다. 지난 2ㆍ4분기 S&P 500 지수 소속 기업들의 평균 주당순이익이 소폭 증가한데 이어 3ㆍ4분기에는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거론되던 기업실적 악화라는 부분이 이제 힘을 잃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IT투자 부진도 더 심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미 경제의 과잉 투자 문제가 해소되고 있다는 증거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2ㆍ4분기 기술 부문의 자본 스톡이 60년래 최저 수준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나, GDP 대비 자본지출 비중도 지난 2000년 중 9.8%에서 현재 8.1%로 내려선 것, GDP에서 정보통신 설비 지출의 비중은 25년래 최저치에 근접한 것이 좋은 예다. 지난 2년간 경기침체로 IT투자가 심각하게 줄어 이제는 새로운 투자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종우 미래에셋 운용전략센터 투자전략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