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촘스키, 은밀한 그러나 잔혹한'은 세계적 석학 노엄 촘스키와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겸 영화감독인 안드레 블첵과의 대담집이다. 책의 부제인 '서양이 저지른 기나긴 테러의 역사'가 말해주듯 두 사람은 서구 열강이 자유와 민주주의의 미명 아래 전 세계를 상대로 행한 파괴와 전쟁에 대해 열정적으로 논한다. 특정 사건에 대해 깊이 다루기 보다 미국이 히로시마에 떨어뜨린 원자폭탄에서부터 베트남 전쟁, 리비아 공습 , 중동을 향한 드론(무인항공기) 공격에 이르는, 과거와 현재에 걸쳐 전 세계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사건들을 이야기한다.
"세계 전역에서 수많은 인간들의 고통을 야기하는 사건들의 대다수는 탐욕의 결과였으며, 지배하고 통제하고자 하는 욕망과 깊은 연관이 있었다. 그리고 이는 전적으로 '구대륙'과, 거기서 대서양의 반대편으로 건너갔던 그들의 무자비한 후손들이 저지른 것이었다. 그들의 명분이야 얼마든지 다양한 이름을 달고 나타날 수 있지만 -식민주의, 신식민주의, 제국주의, 기업의 탐욕- 이름이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것이 몰고 오는 것은 오로지 고통뿐인 것을!"
안드레 블첵이 책의 서두에서 밝힌 이 같은 통렬한 호소가 책의 주제이자 핵심인 것이다.
이들이 서구 열광의 탐욕과 함께 강력하게 비판하는 또 하나의 주체는 바로 미디어다. 이들은 미국 언론이 공정한 보도의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심지어 몇몇 사건들은 짜인 각본에 의해 조작돼왔음을 지적한다. 미디어가 서양의 '은밀한 전쟁'을 도운 결과 캄보디아의 폴포츠 정권이 저지른 학살은 '악랄한 공산주의 범죄'로 기억되는 반면 서양이 인류를 상대로 저지른 더 참혹한 범죄들은 은폐되거나 거꾸로 '자비로운 행위'인 양 포장된다. 범죄를 행한 후에도 서구의 문화는 처벌을 모면할 뿐 아니라 자신들이 일종의 도덕적 권한을 거머쥐고 있다는 확신을 온 세상에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통렬한 비판으로 가득 찬 책이지만 그럼에도 이들이 궁극적으로 말하는 것은 '희망'이다. 촘스키는 토론의 말미에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언제나 선택할 수 있다. 우리의 상황에 대해 무언가를 행하든지,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든지." 블첵 역시 덧붙인다. "인류가 살아남고 번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변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밤낮으로 노력하고 그런 변화를 위해 싸워야 한다. 물론 이것은 힘든 일이지만 훨씬 더 보람있는 일이기도 하다."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