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의 정치 지도자들은 1~2개월에 한번씩 모여 함께 공부를 한다. 이름하여 '집체학습'이다. 집체학습은 중국 지도자들이 정치ㆍ경제ㆍ법률ㆍ사회ㆍ문화ㆍ국제문제ㆍ군사분야 등의 중요 문제를 상정하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을 불러 강의를 듣고 공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지난 2002년부터 연속 76회에 달하는 집체학습을 진행했고 지금까지 142명의 전문가와 학자들이 중국 권력의 심장부에서 강의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도 이 집체학습에 참여했고 학습 내용을 국정에 반영하기도 했다.
신간 '중국에게 묻다'는 이 집체교육에 참여했던 중국의 석학들을 대상으로 17개의 주제별로 인터뷰한 책이다. 중국이 미국을 넘어 초강대국이 될 것인지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해 강대국 흥망성쇠의 조건, 중국공산당, 사회갈등, 지속가능한 경제모델, 균형발전, 인구정책, 인터넷, 문화, 한반도 통일 등 세부 주제를 깊이 있게 파고 들었다.
우선 G2로 부상하는 중국의 국가 전략에 대해서는 학자별로 다양한 입장을 보였다. 베이징대 첸청단 교수는 민주주의와 관련해 "중국을 '비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민주주의가 계속 발전하는 과정에 있는 나라'로 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원로 경제학자인 마오위스는 인권을 강조해 "중국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했다고 하지만 미국ㆍ일본ㆍ한국에 비하면 멀었다. 지금까지는 제조업으로 어느 정도 발전할 수 있었지만 그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위해서는 인권이라는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역시 '경제'다. 경제 문제의 핵심은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 모델'과 '기술혁신'이다. 중국의 지도자와 학자들은 "중국이 21세기 초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을 통해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술혁신을 위해서는 인재 양성 시스템이 필요하고, 이를 지원하는 금융이 발당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다.
또한 강대국의 조건에는 리더십과 혁신하는 사회도 중요하다. 중국은 중국공산당의 지도력 문제가 관건이다. 중국공산당 중앙당교의 자오후지 교수는 중국공산당을 향해 "문화적으로 무엇이 중국의 핵심 가치인지 명확히 하고, 경제적으로는 토지 제도 문제를 해결하며 정치적으로는 정책 결정 구조를 좀 더 민주화하면서 참여 범위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책의 마지막 장은 '21세기 한반도와 중국'이라는 주제로 한반도의 운명과 우리의 미래전략을 다루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북한문제 전문가인 베이징대 외국어대학 진징이 교수는 "이제 한반도에 대한 접근 방식은 지정학(地政學)적 접근에서 벗어나 지경학(地經學)적 접근이 돼야 한다"며 "경제적 접근은… 화해와 협력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접근법이다. 지경학적 접근으로 북한이 자율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미래를 통해 한반도의 미래까지 내다본 이 책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17,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김태만 한국해양대 교수 등이 공동으로 집필했다. 1만8,000원.